[인천공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바람의손자'가 '거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정후(26)가 장도에 나섰다.
이정후는 1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소속팀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스코츠데일로 향한다.
샌프란시스코 야수조의 공식 훈련은 오는 20일부터다. 이정후는 미국무대 데뷔시즌임을 감안해 일찌감치 출국, 현지에서 개인훈련을 소화할 예정이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다. 키움에서 7시즌 뛰면서 커리어 통산 타율 3할4푼을 기록, 이 부문 1위다. 65홈런 515타점, OPS(출루율+장타율)가 0.898에 달할 만큼 출루 능력과 장타력까지 갖췄다. 특히 2022년에는 타율 안타 타점 출루율 장타율까지 타격 5관왕을 차지하며 시즌 MVP까지 거머쥐었다.
지난해에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굴곡이 있었다. 시즌초 타격 부진에 시달렸고, 8월 입은 발목 부상으로 시즌아웃되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이미 오랫동안 이정후를 주목해온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한시즌의 부상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는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06억원)라는 천문학적인 계약으로 이정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자신들의 유니폼을 입혔다. 말 그대로 아버지 이종범의 후광을 아득히 뛰어넘은 이정후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MLB닷컴은 올해 샌프란시스코의 키워드로 '이정후의 타율'을 지목했다. 미국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스닷컴이 예상한 이정후의 올해 성적은 타율 2할9푼1리, OPS 0.785다. 빅리그 타율 톱10 안에 드는 성적인데다, 9.1%의 삼진율은 리그 전체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다음은 이정후와의 일문일답.
- 출국 소감이 궁금하다.
▶항상 팀원들과 함께였는데, 동료들 없이 혼자 가는 출국길이다. 많은 분들의 환영을 받고, 인터뷰를 하려니 이제 좀 실감이 난다. 기분이 묘하다.
- 비시즌 동안 어떤 노력을 했나. 구단 스프링캠프 시작일보다 일찍 출국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은 다 했다. 한 2주전에 나갔어도 되는 상황이었다. 이제 야외 기술훈련만 남았다. 몸상태 너무 좋고, 수술한 부위 상태다 아주 좋다. 실전 감각만 익히면 된다.
그래서 따뜻한 곳에서 가능한 빨리 시작하고 싶었다. (샌프란시스코)구단에서도 구단 시설을 쓸 수 있게 해줬다. 또 새로운 동료들도 만나야하고, 훈련 시설도 잘 모른다. 내일부터 애리조나의 구단 시설에서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먼저 가서 경험해보고, 동선도 익히고 싶다. 마음가짐은 이미 실전에 가깝다. 야구만 하면 된다.
- 미국 현지에서 호의적인 예측이 많은데.
▶아직 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다. 미국 무대 적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예측대로)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내 기록은 내가 만들어가는 거니까.
- 아버지 이종범 코치는 어떤 말을 해줬나. 어머니가 해주신 마지막 반찬은.
▶그냥 몸 건강히, 조심히 다녀오라 하셨다. 아버지도 곧 (미국)연수 계획이 있으시니까, 아마 함께 생활할 것 같다. 어머니는 미역국이랑 소고기 해주셨고, '잘하고 오라'고 하셨다.
- 영어 공부는 얼마나 했나.
▶ 미국에서 훈련할 때 통역 형이 안 붙었었다. 과외를 좀 받았다.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쉽지 않더라. 더 공부해서 동료들과 잘 어울릴 수 있게 노력하겠다.
- 김하성이 '이정후 봐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당연하다. 경기할 때 사적인 감정은 없다. 나도 (김)하성이 형이 치는 공은 이빨로라도 잡겠다. 다행히 캠프지(애리조나)가 가깝다. 형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는데, 올해 좋은 성적 내셨으면 좋겠다.
- 김하성의 조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을 보게 될 거다. 와서 느껴보라'고 했다. 날 맞추지 않는한 두려울 것은 없고, 타석에선 '이런 공도 있구나'하는 생각하면서 치기 위해 노력할 것 같다.
- 가장 상대해보고 싶은 선수는
▶역시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가 아닐까.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상대해본 적이 있지만, 리그에서 만나면 다른 느낌일지 궁금하다.
- 계약 총액이 1억 달러가 넘는다. 상징적인 숫자인데, 책임감이나 부담감은 없나.
▶하성이 형이 잘해서 내가 좋은 대우를 받았다. 내가 잘해야 또 후배들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거다. 책임감은 좀 있다. 많은 돈을 받았기 때문에 잘해야한다? 그런 부담감은 없다.
- 김혜성도 미국 진출을 준비중인데.
▶키움 숙소랑 15분 거리다. 우리 집에 놀러오기로 했다. (김)혜성이도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 7년간 야구하면서 혜성이처럼 성실하고 목표만 바라보고 하는 선수는 본적 없다. 부상만 안 당하면 된다.
- KIA 감독설에 대한 아버지 반응은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문제라서…한 팀의 감독 자리인데 내가 감히 얘기할 입장도 아닌 거 같다. 매번 이렇게 얘기가 나오지만, 직접적으로 연락이 온 건 없는 것 같다. 아버지 인생이니 잘 결정하시지 않을까.
- 첫 데뷔할 와 지금 인천공항의 기분을 비교한다면
▶데뷔할 때가 더 떨린다. 그땐 말 그대로 프로 선수로서의 첫 시작이니까. 지금은 떨림보단 기대감이 더 크다.
- 처남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도 한마디.
▶함께 꿈꿔온 무대니까, 같이 잘했으면 좋겠다. 거긴 하성이 형이 있으니 적응하는데 좀더 수월하지 않을까.
- 밥 멜빈 감독이 이전 김하성의 감독이었는데.
▶1주일전에 감독님, 타격코치님, 전력분석팀장님까지 해서 줌(온라인) 미팅을 한번 했다. '네가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도와주겠다. 편하게 해라. 한국에서처럼 하면 된다. 널 도울 모든 준비가 돼있다'고 하셨다.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
- 오늘 공항까지 나와준 팬들에게 한마디.
▶정말 감사드린다. 또다른 도전을 하게 됐다. 한국에서처럼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 은퇴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인천공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