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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캠프 '파격 선택' KT, 비도 추위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스캠 현장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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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해외로 힘들게 나가지 않으니 정말 좋기는 좋네요."

KT 위즈의 스프링캠프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시대가 끝나고, 자유롭게 해외 전지훈련을 갈 수 있는 상황에 KT는 유일하게 국내 캠프를 택하는 파격을 보여줬다.

이유 있는 선택이었다. 선수들이 긴 비행 시간이 필요한 미국 애리조나 투손 캠프보다 컨디션 관리가 용이한 기장 캠프를 원했다.

지난해 애리조나 지역은 이상 기후로 추웠다. 코로나19 시절 기장 캠프를 사용했을 때 좋았던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특히 KT가 기장군과 협약을 맺어 구한 특급 호텔 숙소가 선수들을 사로잡았다.

대망의 기장 캠프 첫날. 날씨가 야속했다.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많은 비는 아니었고, 금세 그쳤다. 문제는 바람이 불었다. 기온은 8~10도 정도였지만 바람이 불면서 체감상 더 춥게 느껴졌다.

KT는 오전 10시 시작 예정이었던 훈련 시작시간을 12시 쯤으로 미뤘다. 괜히 무리하다 선수들이 감기라도 걸리면 큰 손해였다. 날씨가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기다렸다 훈련장인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 모였다.

쌀쌀한 날씨도 KT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 오후에는 바람이 조금 잦아들었다.

이강철 감독 주도의 미팅으로 공식 일정이 시작됐다. 김호 코치를 비롯, 우규민, 문용익 등 새 식구들이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복귀한 로하스도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로하스입니다"라고 씩씩하게 인사해 웃음을 안겼다. 이 감독은 "부상 없이 캠프를 잘 마치자. 백업 선수들은 주전 선수들을 따라잡기 위해 훈련량을 잘 조절하고, 고참 선수들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많이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주장 박경수는 "날씨를 고려해 선수 스스로 부상을 신경 쓰고, 조심하자. 사우나를 많이 해 몸 관리를 하면 좋겠다"고 독려했다.

첫 날이고, 날씨가 좋지 않아 가볍게 훈련을 끝낼 것 같았지만, KT 선수들은 첫 날부터 예정된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 워밍업으로 몸을 푼 뒤 타격, 수비, 러닝 등 파트별로 나뉘어 땀을 흘렸다.

이 감독은 "바람만 불지 않으면 이 곳 기장이 훈련하기 정말 좋다. 구장도 3면을 이용할 수 있고, 천연잔디 메인 구장과 인조잔디 구장이 섞여 있어 비가 올 때도 훈련하기 수월하다"고 말하며 "해외로 힘들게 나가지 않으니 진짜 좋기는 좋다. 준비 과정이 매우 편했다"고 밝혔다.

투손의 경우 미국 서부쪽 대형 공항에서 한 차례 환승을 해야 한다.

개인이라면 빠르게 환승이 가능하지만, 40~50명 규모의 인원이 많은 짐을 갖고 비행기를 갈아타면 환승에만 5~6시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안 그래도 비행기를 오래 타 힘든데, 그 대기 시간 선수들이 지쳐버리니 훈련 초반 효율이 떨어졌다.

베테랑 박병호도 "오늘만 날씨가 조금 안 좋지 어제까지는 정말 좋았다. 운동하면 땀이 바로 날 정도였다"며 "국내에서 하느냐, 해외에서 하느냐에 따라 확실한 장단점이 있다. 국내에 있으면 병원 진료도 쉽게 받을 수 있고, 개인적인 급한 용무도 처리가 가능하다. 작년 애리조나 투손이 많이 추웠다. 선수들끼리 날씨가 별 차이 없다면, 기장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모처럼 만에 KT 식구들과 재회한 외국인 타자 로하스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이런 추운 날씨에 익숙지 않다. 그는 "따뜻한 곳에서 운동하는 게 익숙하기는 하다. 그래도 주어진 조건에 맞춰서 훈련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없을 때, KT가 기장에 캠프를 차린 시즌 우승했다는 걸 알고 있다. 올해도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장=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