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보수적이다. 선수 선발 및 경기 운용에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 웬만해선 잘 바꾸지 않는다. '혹사 논란', '패싱 논란' 등이 발생한 이유다.
클린스만 감독이 가장 중요한 순간 변화를 택했다. 그는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카타르아시안컵 16강전에서 파격 카드를 꺼내들었다. 부임 후 처음으로 '손톱'과 '스리백'을 활용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토트넘)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웠다. 조별리그 내내 부진했던 조규성(미트윌란)을 벤치로 내리고 손흥민을 올린 것이다. 지난 1년여 동안 단 한 번도 없던 일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을 주로 2선 중앙에 뒀다. 사실상 '프리롤'로 활용했다. 지난해 9월엔 손흥민을 처진스트라이커 느낌의 투톱으로 활용했다. 단 한 번도 '원톱' 활용은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면 끝, 내일은 없는 토너먼트 첫 판에서 변화를 준 것이다.
그의 승부수(?)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영권(울산)-김민재(바이에른 뮌헨)-정승현(울산) 등 센터백 3명을 활용해 스리백을 구성했다. 충격적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동안 4-2-3-1, 4-4-2, 4-1-4-1 등 줄곧 포백을 사용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무려 6실점했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역사상 최다 실점 불명예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실점하지 않겠단 의지를 보인 것이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김영권은 "물론 스리백에 익숙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우리가 그 짧은 시간 안에 준비를 최대한 했다. 조별리그와 달리 그렇게 쉽게 실점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수비에 숫자를 한 명 더 둠으로써 조금 더 단단해지는 건 확실히 있기 때문이다.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최대한 실점을 덜 하는 방향으로 또 계속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희찬(울버햄턴)도 "(스리백은) 지난 경기(말레이시아) 끝나고부터 준비했다. 감독님 오신 뒤에 한 번도 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국가대표 레벨, 아시아 최강 레벨의 선수다. 우리끼리 인지를 잘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력이 곧 최선의 결과는 아니다. 한국은 후반 1분 압둘라 라디프에게 선제 실점하며 끌려갔다. 클린스만 감독은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했다. 후반 19분 이재성(마인츠) 정승현을 빼고 조규성(미트윌란) 박용우(알아인)을 투입했다. 한국은 익숙한 포메이션으로 전환한 뒤 더 안정적으로 경기를 끌고 갔다. 그 결과 한국은 연장전까지 1대1 무승부,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스리백은 감독으로서 여러 장의 카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장의 카드, 또 다른 옵션을 갖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16강) 전반전에 보셨겠지만 수비적으로 우리가 조직적으로, 엄격하고 진중하게 경기에 임하지 않았나 싶다. 언제 또 이런 상대를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옵션을 우리가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리백 기용을 할지 안 할지는 앞으로 다가오는 경기에서 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후반전에는 이른 실점을 하면서 변화를 위한 변화를 했기 때문에 백3 활용하면서 분명 좋은 장면,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다. 상황에 따라 또 스리백을 기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3일 오전 0시 30분 호주와 대결한다. 도하(카타르)=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