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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라이즈·제베원→투어스, '청량 청춘' 정체성 찾은 5세대 K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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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이 라이트해졌다.

아이돌의 시작을 알린 1세대, 한류 태동기로 불리는 2세대, 글로벌을 입은 3세대, 걸그룹 강세장 속 규모 확장을 알린 4세대에 비해 5세대 K팝은 그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제로베이스원, 라이즈, 투어스 등 초대형 보이그룹들이 속속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5세대 K팝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무거운 세계관을 벗어 던지고 청량미와 청춘찬가를 입혀 대중성을 살린 것이다.

3세대의 대표 엑소와 방탄소년단의 대성공 이후 '아이돌=세계관'이란 개념이 거의 공식처럼 자리잡았다. 세계관에 기반을 둔 강력한 스토리텔링은 K팝이 전세계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가 되어주기도 했지만, 점차 세계관 경쟁이 과열되면서 코어 팬덤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인위적인 진입장벽이 된 것도 사실이다. 이에 5세대 K팝은 이런 세계관 공식에서 과감히 탈피했다. 난해하고 복잡한 세계관 대신 누구나 가볍게 보고 듣고 즐기며 공감할 수 있는 이지리스닝 계열의 곡으로 대중과의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고, 청량한 청춘의 성장서사에 힘을 실으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스타트를 끊은 건 5세대의 탄생을 알린 제로베이스원이다. 제로베이스원은 청춘의 찬란함과 그 이면의 불안정함을 담은 데뷔 앨범 '유스 인 더 셰이드'에 이어 불안을 딛고 일어나 단단한 자기 확신을 갖게된 '멜팅 포인트'로 청량 에너지를 전파했다.

대한민국 아이돌 문화를 시작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도 변화를 꾀했다. SM이 지난해 야심차게 론칭한 라이즈는 SM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SMP와는 확실히 노선을 달리하는 팀이다. 기존 SM 아티스트들이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독특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 SMP로 코어 팬덤을 확보했다면, 라이즈는 청춘 감성을 건드리는 '이모셔널 팝'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데뷔곡 '겟 어 기타'나 밴드 이지가 2005년 발표한 '응급실'을 샘플링한 신곡 '러브 원원나인'은 키치하면서도 편안한 이지리스닝 곡을 표방하고 있다. 특히 함께 성장하고 꿈을 실현한다는 의미를 담은 팀명처럼 멤버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음악에 담은 리얼타임 오디세이로 MZ세대의 폭풍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하이브 자회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이하 플레디스)가 세븐틴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새 보이그룹 투어스도 마찬가지. '언제나 투어스와 함께'라는 팀명으로 '워너비 아이콘'이 아닌 '친구'를 자처하며, 나이에 맞는 소년미와 처량함을 기반으로 한 입체적인 청량함과 언제 어디에서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리스닝 포인트로 팬들에게 다가간다.

이처럼 5세대 K팝은 코어 팬덤 확보전에서 벗어나 라이트 팬덤을 공략한 멀티 플레이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K팝 정체기를 탈피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K팝이 단기간 내에 미국 주류 팝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강력한 파급력을 낼 수 있었던 건 단단한 결속력으로 묶인 코어 팬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유의 앨범 소비 문화를 바탕으로 K팝의 몸집을 키워냈다. 하지만 헤비팬덤에 의존한 앨범 판매에는 한계가 있다. 또 빌보드를 비롯한 글로벌 차트에서도 1명이 3장 이상의 앨범을 사면 음반 판매량 카운팅에서 제외하는 등 집계 방식을 바꾸며 K팝 견제에 나서고 있어 K팝의 기세도 한풀 꺾이게 됐다.

이에 가요계의 시선은 코어 팬덤이 아닌, 일반 대중으로 옮겨가게 됐다. 결국 일반 대중들의 음악 소비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이뤄진다는 것에 착안하면서 보편적 가치와 대중성을 고려하게 된 것이다.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다양한 해석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복잡한 세계관과 파워풀한 퍼포먼스, 다크한 노래가 성공 공식이었다면 이제는 K팝이 글로벌 주무대에서 경쟁하게 되면서 코어팬덤 문화에서 벗어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진 것 같다. 확실히 대중픽이 되어야 그룹 수명도 늘어나기 때문에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청춘의 이야기, 대화하듯 친근한 가사 등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고 봤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