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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랑 2주에 '초주검' 비행, 남들 다 가는 해외 거부 사태...스프링캠프에도 사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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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달랑 2주를 위해 왕복 30시간이 넘는 비행을? 남들 다 가는 해외를 스스로 거부했다?

프로야구 스프링캠프의 계절이다. 31일 괌으로 떠나는 롯데 자이언츠를 마지막으로,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전지훈련을 위해 세계 각지로 떠났다.

스프링캠프의 중요성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1년 농사의 자양분을 만드는 곳이다. 체력을 끌어올려야 하고,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해야 하며, 팀 플레이도 맞춰야 한다. 그렇게 기반을 탄탄히 만들고, 시범경기 실전까지 거쳐 개막을 맞이해야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재밌는 건 스프링캠프의 트렌드도 왔다갔다 한다는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로 많은 구단들이 우루루 몰려갔다가, 호주가 대세가 되기도 하고, 스프링캠프의 성지 일본 오키나와에도 구단들이 들어갈까 말까를 고민한다. 이는 감독의 성향, 선수들의 요구, 구단의 재정, 날씨 등 여러 요소들이 결합돼 결정된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팀은 바로 KT 위즈다. 다들 해외로 나가는데, 홀로 부산 기장에 캠프를 차리기로 했다. 남쪽이 따뜻하다고는 해도, 2월에는 프로 선수들이 운동을 할 수 있을만큼 따뜻하지는 않다. 그런데 KT는 왜 기장을 선택했을까. 선수들 비행기 티켓을 사줄 돈이 부족했을까.

그건 절대 아니다. 선수들이 원했다. KT는 원래 1차 캠프로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을 방문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다. 이동시간만 편도 15시간을 훌쩍 넘긴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날씨까지 좋지 않았다. 이상 기후로 너무 추웠다. 고생만 하고, 효율도 떨어지니 차라리 코로나19 시절 경험했던 기장이 낫겠다는 판단을 선수들이 했다.

KT는 40세가 넘은 캡틴 박경수를 주축으로 특히 야수 파트 베테랑 선수들이 많다. 훈련량이 젊은 선수들에 비해 많지 않고, 체력이나 컨디션 관리가 더 중요하다. 구장 환경보다 이동 거리와 숙소 컨디션에 중점을 뒀다. KT는 기장군과의 MOU를 통해 해변가 최고급 호텔방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단체로 구했다.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KT와 기장군의 노력 끝에 거래가 성사됐다. 이 호텔은 늘 투숙객이 많아 사실 단체 손님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고 미국에 가지 않아 KT가 전지훈련비를 아끼는 것도 아니다. 원래는 투손에서 1, 2차 훈련을 다 마쳤는데 이번에는 기장에서 오키나와로 넘어간다. KT는 오키나와에서도 고급 숙소를 예약했다. 기장, 오키나와 방값이 미국 비행기값과 거의 맞먹는다고 한다.

반대로 키움 히어로즈는 미국 애리조나를 고집했다. 그런데 이왕 가는 거 오래있다 오면 좋으련만, 현지시각 2월14일 2차 캠프 대만으로 떠난다. 2주밖에 없는 것이다. 왔다갔다 비행기 값도 아깝고, 선수들도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키움 홍원기 감독은 "우리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선수들이 애리조나를 원한다. 단순히 미국에 가는 게 좋아서가 아니라,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쓰는 시설을 사용하고 그들의 훈련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 그래서 우리도 2주지만 미국에 다녀오기로 최종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키움의 훈련장은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구단이 쓰는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이다. 애리조나와 콜로라도 로키스의 캠프인데, 키움은 애리조나와 협약을 맺어 이곳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단이 사용하는 구장에서 운동을 하는 팀은 키움이 유일하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KBO리그 어떤 팀보다 키움을 반긴다.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까지 계속 메이저리거를 배출한다. 여기에 김혜성도 도전장을 던졌다. 선수가 필요한 메이저 구단들이 키움에 투자하는 게 아깝지 않다고 보면 된다. 과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뛰는 오타니에 환심을 사기 위해 자신들의 훈련지를 니혼햄에 무료로 빌려준 사례가 있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