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은 '글로벌'하다. 카타르아시안컵에 나서는 26명의 태극전사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누비고 있다. K리그는 물론이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1 등 다양한 리그에서 뛰고 있다.
유럽파 중에선 리그를 옮겨가며 활약하는 선수도 많다. '황금재능'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은 현재 프랑스에서 뛰지만, 스페인에서 오랜 시간 생활해 스페인어에 능통하다. '괴물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도 튀르키예, 이탈리아를 거쳐 현재 독일에서 활약 중이다. '황소' 황희찬(울버햄턴)은 오스트리아, 독일을 거쳐 EPL 무대를 누비고 있다. 현재는 K리그에서 뛰지만 과거 외국에서 생활한 선수들도 있다. 김진수(전북 현대)는 일본, 독일, 중동에서 뛰었다.
코칭진의 국적도 다양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출신이지만 미국 등에서도 지도자 생활을 했다. 파올로 스트링가라 코치는 이탈리아 출신이다. 카타르아시안컵을 앞두고 새로 합류한 두 명의 분석 전문가들은 각각 스코틀랜드와 영국 출신이다. 요즘 클린스만호에서 다국적 언어가 쏟아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대표팀의 '의사소통'은 어떻게 이뤄질까.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1960년 이후 64년 만의 우승을 정조준한다.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고, 밝은 분위기를 가지고 가기 위해선 '소통'이 필수다.
기본적으론 영어 통역이 있다. 하지만 대화가 이뤄지는 상황, 혹은 대화 상대에 따라 언어를 선택적으로 구사하곤 한다. '멀티'가 가능한 이유가 있다. 두 명의 '언어천재' 클린스만 감독과 '캡틴' 손흥민의 존재 덕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어,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를 구사한다. 손흥민은 한국어, 영어, 독일어에 능하다. 그는 독일로 건너가 함부르크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2015년 토트넘에 둥지를 틀기 전까지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해 독일어 실력도 완벽하다. 영어는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뛰어나다. 이들은 공식 기자회견에선 영어를 사용한다. 다만, 인터뷰 질문자가 독일어를 사용하면 독일어로 대답한다. 실제로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공식 기자회견 중 독일어로 질문이 나오자 이에 맞춰 언어를 사용했다.
클린스만 감독과 손흥민은 '멀티 언어'를 활용하는 만큼 대화 방법도 독특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과 대화할 때는 영어와 독일어를 모두 사용한다. 손흥민이 내게 어떤 언어로 말을 걸어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웃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어로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의 간단한 대화만 가능하다.
가장 난감한 사람은 스트링가라 코치다. 대한축구협회는 "스트링가라 코치는 오직 이탈리아어만 가능하다. 그래서 클린스만 감독이 통역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스트링가라 코치는 클린스만 감독 옆에 꼭 붙어 있을 때가 잦다. 도하(카타르)=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