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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공이 무섭니?' 0골-0승 광속탈락 중국, 이쯤 되면 '공한증' 아닌 '공축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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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상대가 아니라 축구공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닐까.

한때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축구맹주'로 등극하겠다며, 엄청난 투자를 쏟아 부었던 중국 축구가 처참한 민낯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중국 축구의 오랜 모토는 언제나 '공한증을 극복하자'였는데,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공한증'이 중국 축구의 발목을 잡은 게 아니었다. 그냥 중국이 축구 자체를 못하는 것이었다.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실력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이번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그 참담한 실체가 여실히 드러났다.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이 이끄는 중국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한 채 조기 탈락했다. 심지어 중국 선수단은 그라운드가 아닌 호텔 숙소에서 마음을 졸이며 다른 팀의 경기를 지켜보다 탈락 결정을 받아들여야 했다. 2무1패로 조별리그를 마감한 중국은 지난 23일 열린 시리아와 인도의 조별리그 B조 3차전 결과를 가슴졸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시리아와 인도가 '0-0'으로 비기고, 옐로카드가 1장 이상 나오는 동시에, 홍콩과 팔레스타인도 무승부를 거두면 16강에 오르는 경우의 수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리아의 오마르 크로빈이 후반 31분에 골을 터트리며 중국 대표팀의 '마지막 희망'은 무참하게 부숴졌다. 중국 매체 소후는 "기적은 없었다. 중국이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탈락했다"며 "오마르 크로빈(시리아)이 중국에 사형을 선고했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썼다. 중국미디어가 대표팀을 향해 '앉은 채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식으로 강한 비판을 날린 것이다.

이처럼 자국 매체의 신랄한 비판을 받을 만 했다. 중국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0승'을 기록했다. 최종성적은 2무1패(승점 2). 게다가 3경기에서 1골도 넣지 못했다. '0골-0승'의 참담한 성적이다. 이로 인해 중국은 '나쁜 측면'에서 아시안컵 기록을 새로 썼다. 아시안컵이 '4개팀-한 조'로 편성된 지난 1992년 이래 중국이 조별 리그를 '0승'으로 마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이전 조별리그 2경기 체제까지 거슬러 오르면 1976년(1무1패) 이후 48년, 거의 반세기 만의 대참사다.

더불어 중국이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1골도 못 넣은 것도 역시 이번 대회가 사상 최초다. 중국 축구역사에서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은 오랫동안 회자될 '치욕의 역사'로 기록될 수 밖에 없게 됐다. 간판스타 격인 '중국메시' 우레이(상하이 상강)와 장위닝(베이징 궈안), 웨이스하오(우한 싼전) 등 자국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들은 허수아비처럼 움직였다.

조별리그 내내 '졸전 퍼레이드'였다. 첫 경기부터 암울했다. 지난 13일 열린 조별리그 A조 1차전. 상대는 아시안컵에 처음 출전하는 FIFA 랭킹 106위의 타지키스탄이었다. FIFA 랭킹 79위인 중국은 우레이 등 베스트 멤버를 출전시켰지만,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오히려 전반에는 타지키스탄에 슈팅수 3-12로 압도당했다.

이어 2차전 역시 졸전이었다. 17일에 열린 2차전의 상대는 FIFA 랭킹 107위의 레바논이었다. 랭킹과 실력은 별로 연관성이 없다는 게 이 경기를 통해 또 다시 입증됐다. 중국은 1차전보다 나아지긴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믿는 도끼'가 발등을 제대로 찍었다. 우레이가 두 번의 결정적인 골찬스를 허망하게 날렸다. 특히 후반 19분에는 골라인 2~3m 앞에서 슛 찬스를 잡았지만, 정확하게 차지 못하며 수비에게 클리어링 당했다. 결국 이 경기 역시 0-0 무승부.

3차전 상대는 A조 최강 카타르였다.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한 카타르는 중국과의 3차전에 주력 멤버를 제외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카타르 2군'에게 0대1로 패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엉망이지 않은 부분이 없는 모습을 다시 한번 자국민에게 드러내고 말았다.

이미 중국 매체들은 대표팀의 형편없는 경기력에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시리아가 인도 골망을 흔드는 순간 희망이 무너졌다'고 했다. 소후 닷컴은 '2무1패의 성적으로 16강을 바라는 것 자체가 불합리한 일이다. 치욕적인 탈락이다. 타지키스탄과 레바논을 상대로 1골도 못 넣은 것은 말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중국 축구가 아예 토대부터 갈아엎는 정도의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아시아 무대에서 설자리는 없을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