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기]'자유의 몸'이 된 지 2개월이 넘은 류현진(37)의 새 행선지가 곧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FA들의 계약이 속속 이뤄지면서 류현진도 빠르면 이번 주말 올시즌 뛸 팀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류현진과 비슷한 선발투수로 분류됐던 좌완 제임스 팩스턴(36)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으면서 이런 전망도 힘을 얻는 분위기다.
MLB.com은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가 좌완 FA 팩스턴과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소식통이 알려왔다. 구단은 확인하지 않은 가운데 1년 약 12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뉴욕포스트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도 '다저스가 팩스턴과의 계약을 마무리하면 올해 페이롤이 뉴욕 메츠를 제치고 1위가 된다. 팩스턴의 계약 규모는 1200만달러 선'이라고 확정적으로 보도했다.
이에 따라 팩스턴과 비슷한 처지의 FA 류현진의 거취도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15일 본격 개장한 FA 시장에서 류현진은 이날까지도 계약 소식을 전해오지 않았다. 당시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류현진에 관심이 큰 구단들이 상당히 많다. 류현진은 내년에도 메이저리그에서 던진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미계약 상태로 2개월을 넘기자 블리처리포트는 지난 14일 '작년 복귀 후 잘 던진 류현진에게 1년 계약도 제안한 팀이 나오지 않았다는 건 놀랍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중저가 FA들의 계약이 속속 이뤄지면서 류현진도 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24일에는 거포 외야수 조이 갈로가 워싱턴 내셔널스와 1년 500만달러에 계약했다. 지난 1주일 동안 계약이 성사된 FA는 갈로와 팩스터을 비롯해 마커스 스트로먼(뉴욕 양키스, 2년 3700만달러), 조던 힉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4년 4400만달러), 맷 카펜터(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1년 74만달러), 조시 헤이더(휴스턴 애스트로스, 5년 9500만달러), 로버트 스테펜슨(LA 에인절스, 3년 3300만달러) 등이다.
존 헤이먼은 지난 19일 '1등급 FA인 블레이크 스넬과 조던 몽고메리 다음의 투수들 즉, 제임스 팩스턴과 류현진, 마이클 로렌젠 등 2급 선발시장이 앞으로 7~10일 사이에 활발히 움직일 것'이라며 '파이어리츠, 내셔널스, 레드삭스, 오리올스, 파드리스와 같은 팀들이 이런 투수들을 향해 추파를 던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의 예상대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주말,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류현진도 거취가 정해질 공산이 크다. 2월로 넘어가는 건 몸 만들기와 시즌 준비 스케줄에 차질이 빚을 수 있다.
최근 현지 매체들은 류현진의 예상 행선지를 다양하게 내놓았다. 지난 21일 SI의 '인사이드 더 파드리스'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류현진 영입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고, 22일에는 마이애미 팬 매체 '말린 마니악(Marlin Maniac)'이 '마이애미 말린스가 류현진과 계약할까? 투수진 강화에 있어 단기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류현진과 1년 계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3일 SI의 '인사이드 더 에이스(Inside The A's)'가 '오클랜드가 FA 시장에서 뭔가를 해야 한다. 베테랑 선발투수 류현진과 계약하라'고 주장했다.
팩스턴은 이번 FA 선발투수 시장에서 류현진과 같은 부류로 평가받아왔다. 같은 좌완인데다 나이와 팔꿈치 수술 경력, 지난해 복귀했다는 점에서 비슷하기 때문이다. 팩스턴이 1200만달러 계약을 받아들였다면, 그보다 한 살 많은 류현진도 1년 계약에 1100만~1300만달러 정도의 오퍼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저스도 사실 류현진을 영입할 수 있었지만, 팩스턴을 선택함으로써 류현진이 '친정'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사실상 소멸됐다.
2022년 6월 토미존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지난해 8월 초 복귀해 11경기에서 52이닝을 던져 3승3패, 평균자책점 3.46, 14볼넷, 38탈삼진, WHIP 1.288을 마크했다. 팩스턴이 투구이닝은 훨씬 많지만, 투구 내용은 류현진이 오히려 안정적이었다.
팩스턴은 2021년 12월 보스턴 레드삭스와 맺은 2년 1000만달러에 계약이 지난 시즌 후 종료돼 FA가 됐다.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팩스턴도 토미존 서저리 전력이 있다. 2021년 4월 수술을 받고 2년 가까운 재활을 거쳐 작년 5월 복귀해 19경기에서 96이닝을 던져 7승5패, 평균자책점 4.50, 33볼넷, 101탈삼진, WHIP 1.313을 마크했다. ESPN은 지난해 11월 FA 시장 개장 때 팩스턴의 예상 계약 규모를 1년 1200만달러로 점친 바 있다.
팩스턴은 1988년 11월 생으로 2010년 드래프트 4라운드에 시애틀 매리너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으며, 2019년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뒤 2021년 다시 시애틀로 되돌아가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전성기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2017~2019년이라고 봐야 한다. 통산 156경기에 등판해 64승38패, 평균자책점 3.69를 마크했다.
다저스는 5선발이 필요했다. 이번 오프시즌 들어 야마모토 요시노부, 타일러 글래스노를 영입한 다저스는 토미존 서저리에서 재활을 마친 워커 뷸러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파이어볼러 바비 밀러까지 1~4선발은 완성한 상태였다. 여기에 5선발 요원으로 팩스턴을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다저스는 이번 오프시즌서 오타니 쇼헤이(10년 7억달러), 야마모토(12년 3억2500만달러), 글래스노(5년 1억3500만달러), 테오스타 에르난데스(1년 2350만달러), 제이슨 헤이워드(1년 900만달러), 조 켈리(1년 800만달러)에 이어 팩스턴까지 7명과 맺은 계약 총액이 12억1250만달러로 늘어났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