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믿을 건 오직 '괴물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뿐이다.
김민재는 한국 수비의 핵심이다. 넓은 시야, 한 발 빠른 움직임, 정확한 커팅 등 그의 능력은 빼어나다. 김민재의 역할은 단순히 상대 공격을 막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확한 패스, 공격 성향을 앞세워 빌드업의 시발점이 된다. 김민재는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정조준하는 한국에 든든한 힘이 된다.
변수는 있다. 김민재는 지난 15일 바레인과의 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옐로카드를 받았다. 경고를 안고 경기에 임한다. 하지만 김민재는 쉴 수 없다. 오히려 그의 책임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10명의 수비수를 데려왔다. 센터백이 6명, 좌우 풀백이 각 2명이다. 문제는 선수들의 몸 상태다. 왼쪽 풀백 김진수(전북 현대)는 개막 전 훈련 과정에서 부상했다. 이기제(수원 삼성)는 지난 20일 요르단과의 2차전에서 햄스트링을 부상했다. 오른 풀백 김태환(전북)도 종아리 근육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김태환과 이기제는 지난 21일 회복 훈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진수도 별도 프로그램으로 훈련했다. 한국은 사실상 풀백 전멸 상태에 놓였다. 설영우(울산 HD) 한 명만 큰 부상 없이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2월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줄곧 포백을 활용했다. 포메이션에 약간의 변화는 있었지만, 단 한 번도 포백을 포기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풀백, 특히 왼쪽 풀백 자원이 모두 사라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클린스만 감독은 "일단 많은 옵션을 두고 내부적으로 코치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부상도 부상이지만 경고도 상당히 많다. 선수가 뛰지 못하면 어떤 변화를 가지고 가야하는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표팀에는 풀백 경험자들이 있다. 이순민(광주FC)은 미드필더지만 풀백으로 뛴 바 있다. '베테랑' 김영권은 센터백이지만 과거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 '변칙' 레프트백으로 뛰었다. 스리백으로의 전환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윙백 리스크는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은 25일 카타르 알 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말레이시아와 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을 치른다. 한국은 앞선 두 경기에서 1승1무(승점 4)를 기록했다. 최종전 결과에 따라 조별리그 순위 및 16강 대진이 확정된다.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정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김민재의 존재감이다. 김민재는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결국은 '클린스만호' 수비의 중심에서 뒷문을 지켜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최근 '이강인 해줘 축구'로 논란을 야기했다. 이강인의 움직임이 곧 전술이 되는 상황에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수비에선 '김민재 해줘'가 곧 전술이 되고 있다. 김민재가 아무리 세계 최정상급 수비수라고는 해도 수비는 결코 혼자 할 수 없다.
도하(카타르)=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