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5년 100억원 초대형 계약이 성사됐다.
KT 위즈가 새 역사를 만든다. 창단 후 최초로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한다. 주인공은 리그 최고 잠수함 선발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고영표(33)다. KT는 고영표를 붙잡기 위해 100억원이라는 거액을 준비했다.
스포츠조선 취재 결과, KT와 고영표는 비FA 다년계약에 합의했다. 발표만 남겨둔 상태다.
계약기간 5년, 총액 100억원 규모. 보장액과 인센티브를 합한 액수다. 100억원 규모라고 표현한 것은 인센티브 등 마지막 세부 조율 과정에서 금액이 소폭 변경될 수 있어서다. 100억원을 살짝 넘길 가능성이 있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고영표는 사실상 KT '창단 멤버'다. KT가 2015 시즌부터 1군에 뛰어들었으니, 꼴찌로 고생하던 시절부터 2021 시즌 영광의 통합우승을 차지할 때까지 모든 구단 역사를 함께 했다.
특히 최근 3년간 고영표는 잠수함 타이틀을 넘어, 리그 최고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 했다. 2021 시즌부터 3년간 11-13-12승을 거뒀다.
KT 역사상 최초의 3년 연속 10승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얼핏 승수만 보면 특급 에이스라고 칭하기 힘들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다르다.
'영양가 100%'였다. 세 시즌 모두 풀타임으로 규정 이닝을 넘겼다. 가장 적게 던진 게 2021년 166⅔이닝이었다. 그 중 두 차례는 2점대 평균자책점이었다.
핵심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다.
2023 시즌 21차례로 토종 선발 중 1위, 전체 2위였다. 3년 연속 20회 이상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최근 3년으로 따지면 총 63차례로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던 뷰캐넌(62회)을 제치고 전체 1위다. 선발로서의 안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 선발이 퀄리티스타트를 해주면, 그 팀의 승리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최근 야구에서 중요 지표로 평가 받는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서도 고영표는 최근 3년 간 15.87로 리그 전체 1위였다. 2위가 15.57의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안우진이었다.
고영표는 올시즌을 마치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게 될 예정이었다.
야수 FA 대어는 많지만, 선발 자원은 부족한 현실. 고영표가 대졸로 33세 나이가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큰 걱정은 없다.
구위로 타자를 상대하는 스타일이 아닌데다, 워낙 성실하고 몸 관리를 잘하는 선수라 향후 5~6년은 충분히 전성기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때문에 FA 시장으로 나가면 많은 팀들의 오퍼가 확실시되는 특급 매물이다.
그래서 KT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새해가 되며 본격적으로 고영표 측과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KT는 처음부터 할 수 있는 최선의 조건을 고영표에게 내밀며, 진심을 표현했다. 밀고, 당길게 크게 없었다. 100억대라는 초특급 대우로 고영표의 마음을 흔들었다.
야구, 성적은 기본이고 팀을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지켜내야 한다는 열망이 매우 컸다. 무리한 투자가 아니라는 계산도 일찌감치 마쳤다.
여러가지 수치상, 외국인 에이스급 활약을 해주고 있는 고영표를 붙잡는 데 필요한 합당한 투자라고 판단했다. 당장 최근 다년계약을 체결한 NC 다이노스 구창모(6+1년 최대 132억원),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5년 총액 90억원)이 비교 대상이다. 두 사람의 계약을 비교하면, 고영표의 몸값 기준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고영표도 결단을 내려야 했다. 최근 샐러리캡 제도로 인해 구단들이 쉽게 거액을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욕심을 내 FA 시장에 나갔다가, KT가 제시한 조건보다 못한 결과물을 받아들 가능성이 있었다. 그럴 바에는 좋은 대우를 받고, 은퇴 후 플랜까지 계획할 수 있는 KT와의 계약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KT 위즈 최초의 100억원대 비FA 다년계약이 성사됐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