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그런날 있잖아. 손에 우산은 있지만 비를 맞으며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고 싶은..그런날'
감성이 뚝뚝 묻어나는 글귀.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은 지난해 시즌 중 자신의 SNS를 통해 이런 글을 남겼다. 젖은 얼굴과 묘한 표정의 사진과 함께 남긴 이 글은 온라인 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김도영의 이 글은 곧 '온라인 밈'이 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소속팀 KIA는 물 들어 올 때 노를 저었다. 김도영의 사진과 글귀를 활용해 '그런날 티셔츠'를 제작해 예약판매에 나섰다. 티셔츠는 금새 동이 나면서 김도영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재밌는 에피소드로 지나갈 수도 있었던 일. 하지만 김도영은 이런 팬들의 사랑을 잊지 않았다.
김도영은 17일 광주 서구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에 인재양성 후원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그런날 티셔츠' 판매 수익 중 초상권료 전액과 자신의 기부금을 더해 마련한 기금. 시즌을 마친 뒤 나선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부상으로 수술 후 재활에 매진하면서도 팬 사랑을 실천했다.
김도영은 이날 전달식을 마친 뒤 "팬분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기금을 마련해 뜻 깊은 일을 할 수 있었다"며 "야구 꿈나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어 기쁘고, 앞으로도 선행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야구명문 동성고 출신으로 2022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고향팀 KIA 유니폼을 입은 김도영. 데뷔 전부터 탈고교급 선수로 '5툴 플레이어', '이종범의 재림'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데뷔했다. 데뷔 첫 해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와신상담한 지난해에도 개막 두 경기 만에 다쳐 두 달여를 쉬는 등 시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를 담아 복귀한 뒤 프로 첫 3할 타율과 100안타 돌파에 성공하면서 자신을 선택한 KIA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불타는 승부욕, 바깥에선 팬 사랑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훌륭한 프로의 자세를 선보이며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번 후원금 전달 뿐만 아니라 지난해 지난해 무등산 훼손지 복원 기금으로 500만원을 기부하는 등 팀을 대표하는 선수이자 프랜차이즈 스타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프로, 박수와 존경을 받을 만한 모습이다. 고작 프로 3년차 선수가 펼치고 있는 선행의 연속은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