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에서의 첫 국제대회, 떨지 않고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죠."
'천재 스노보더' 최가온(15·세화여중)의 각오였다.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이하 강원2024)가 19일부터 2월 1일까지 강원도 강릉·평창·정선·횡성 등 4개 지역에서 펼쳐진다. '평창2018'의 감동이 가시지 않은 대한민국 강원도에서 열리는 역대 네 번째 동계청소년올림픽이자, 아시아권 최초의 대회에 전세계 80여 개국 만 15~18세 청소년 선수 1900여명 등 295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설상 4종목(스키·바이애슬론·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과 빙상 3종목(스케이팅·아이스하키·컬링) 등 7개 경기, 15개 종목이 치러지고, 대한민국은 사상 최대 규모, 153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이번 대회 가장 눈길을 모으는 선수는 역시 최가온이다. 최가온은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다. 그는 최근 새로운 역사를 썼다. 최가온은 지난달 17일 미국 콜로라도주 코퍼 마운틴에서 열린 2023~2024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2.75점을 받아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반원통형 슬로프에서 회전과 점프 등 공중 연기를 심판이 채점해 순위를 정하는 경기다.
최가온은 FIS 월드컵 데뷔전부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리나라 선수가 스키·스노보드 월드컵에서 우승한 건 2021년 12월 이상호(넥센)가 스노보드 월드컵 알파인 남자 평행 대회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후 2년 만이다. 예선에서 96.00점,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에 1위로 오른 최가온은 결선에서 90.00점을 받은 오노 미쓰키(일본)에게 역전승을 거뒀다. 최가온은 1차 시기 그랩과 착지에서 감점이 나와 오노에 4.75점 뒤진 2위에 올랐다. 그러나 2차 시도에서 공중에서 두 바퀴를 도는 720도와 두 바퀴 반을 도는 900도 콤보를 성공해 92.75점을 받았다. 여자 선수로 유일하게 주행 반대 방향으로 공중에 떠서 두 바퀴 반을 도는 스위치 백나인을 성공했다.
최가온은 "대회 전 심한 감기에 걸려서 컨디션이 좋진 않았다. 예선은 1위로 마무리했지만 결승 1차런, 기대한 점수가 나오지는 않았다. 2차런에서 더 집중하려고 노력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첫 성인 무대 데뷔였는데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어서 뜻깊게 생각한다"는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최가온은 '스노보드 신동'이었다. 일곱 살때 스노보드 마니아인 아빠의 손을 잡고 처음 스노보드를 탄 최가온은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2022년 3월 국제스키연맹(FIS) 파크 앤드 파이프 주니어세계선수권서 여자 하프파이프 우승을 차지했고, 5월 국가대표로 선발돼 차세대 유망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최가온이 세상에 이름 석자를 알린 것은 지난해 3월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X게임'이었다. X게임은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이 주관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이벤트다. 동계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한국계' 클로이 김(미국)이 이 대회를 통해 스타로 탄생했다. 최가온은 한국 스노보드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에 초청받았고 첫 출전에 금메달이라는 '대형 사고'를 쳤다. 클로이 김이 보유한 최연소 우승 기록(14세3개월)까지 갈아치웠다. 클로이 김은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 종목을 2연패 한 '전설'이다.
X게임 우승 후 최가온은 '우상' 클로이 김과의 특별한 추억도 생겼다. 최가온은 "클로이 김이 한국말로 '축하한다'고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냈다. 엄청 좋았다. 나도 너무 감사하다고 답장을 보냈다. 클로이 김은 보드 시작 후 줄곧 내 우상이었다. 메시지도 받고, 기록까지 깨서 좋았다"며 웃었다. 이어 열린 듀 투어 대회서도 최연소, 최고점 우승을 차지했다.
성인 무대에서도 최가온은 거침없이 날아올랐다. 첫 월드컵부터 우승을 차지하며, '역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친구, 가족들에게 축하와 응원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첫 성인 월드컵 무대라고 지켜봐 준 분들이 많았는데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이제 최가온의 시선은 '안방'에서 열리는 처음이자 마지막 청소년 올림픽, 강원2024를 향한다. 최가온은 "월드컵을 끝내고 보완점을 찾아 스위스에서 열심히 훈련 중이다. 스위스 락스 월드컵(16~21일), X게임 같은 대회도 있지만, 강원2024를 위해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강원2024 청사진도 살짝 공개했다. "기술완성도를 높이려고 노력중이다. 중요한 대회가 연달아 있다 보니 부담을 줄이고, 기술 완성도는 더 높일 수 있게 훈련 중이다. 강원2024 전에 다른 대회들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대회에 맞춰 알맞은 컨디션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최가온은 이제 미국서도 주목하는 선수가 됐다. 성인 무대까지 정복한 만큼 금메달은 떼논 당상이라는 부담감도 있지만, 그는 언제나 그랬듯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최가온은 "부담이 없지는 않지만 주위 시선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오히려 대회를 계속 치르면서 점점 제 스스로 성과에 대한 부담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한결같이 잘하면 좋겠지만 매번 그럴 순 없기 때문에, 잘하는 날도 못하는 날도 있다고 생각하려 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안방 무대에서 자신처럼 주목과 부담을 동시에 받고 있는 동갑내기 '피겨스케이팅 스타' 신지아를 향한 응원도 전했다. "강원2024가 다가오는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즐기면서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최고의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해외서만 대회에 나섰던 최가온에게 이번 강원2024는 특별하다. 국내에서 열리는 첫 국제대회, 단단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최가온은 "한국에서 출전하는 첫 국제대회다. 조금 떨리긴 하지만 한국에서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대회인 만큼, 떨지않고 경기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28일 입국하는 최가온은 2월 1일 이채운 등과 함께 강원2024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 출격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