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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손내민 '친정팀'이 아닌 '고향팀'과 손잡은 이유. FA 사수생에겐 오로지 '기회'가 필요했다[SC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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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FA 사수생의 선택은 '친정팀'이 아닌 '고향팀'이었다.

KIA 타이거즈가 LG 트윈스에서 나온 자유계약선수 서건창(35)을 영입했다.

KIA는 15일 서건창과 연봉 5000만원, 옵션 7000만원 등 총액 1억2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08년 LG 트윈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넥센 히어로즈와 LG를 거치며 KBO리그 13시즌 동안 통산 1256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7리, 1365안타, 491타점, 813득점, 229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넥센 시절인 2014년엔 전무후무한 201안타를 기록하며 단일 시즌 최다 안타의 대기록을 작성해 정규시즌 MVP에 오르기도 했다.

성실한 태도와 플레이로 믿음을 주던 선수였으나 FA를 앞두고 무너졌다. FA시즌이었던 2021년 전반기가 끝난 뒤 서건창은 느닷없이 LG로 이적했다. 우승을 위해 2루수가 필요했던 LG가 선발 투수가 필요했던 넥센에 정찬헌을 내주는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당시 LG는 구멍이었던 2루 자리를 해결해주며 우승으로 이끌어줄 '우승 청부사'를 영입했다며 서건창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서건창에겐 시즌이 끝난 뒤 FA가 되기 때문에 LG를 우승시키면 FA 대박으로도 연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트레이드가 오히려 서건창에겐 독이 됐다. LG에서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쳐주지 못했다.

타율 2할5푼3리로 데뷔 후 가장 낮은 성적을 받은 것. 서건창 마저도 LG의 2루수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 셈이 됐다. LG도 3위로 시즌을 마쳤다. 서건창은 시즌 후 FA 자격을 얻었지만 고심끝에 FA 재수를 선택했다. 절치부심한 2022시즌은 2021년보다 타격이 더 좋지 않았다. 타율이 2할2푼4리로 더 내려갔다. 부진과 부상으로 2군에서 지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두번째 FA 기회도 결국 놓쳤다. FA 삼수를 선택.

지난해가 그에겐 절호의 기회로 보였다. 넥센 시절 함께 했던 염경엽 감독이 LG에 온 것. 염 감독은 서건창에게 2루수 주전 자리를 주면서 부활의 기회를 줬다. 겨울 동안 노력한 서건창은 시범경기서 타율 3할6푼2리로 1위에 오르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정규리그에서 서건창은 시범경기와 달랐다. 4월 한달간 타율이 2할2푼2리(81타수 18안타)에 그쳤다. 어이없는 실책이 이어지며 수비에서의 불안감마저 커졌다. 결국 염 감독도 결단을 내렸다. 5월 19일 2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대주자 요원이었던 신민재가 알토란 같은 타격과 갈수록 안정된 수비로 어느새 주전 2루수가 됐다.

9월 확대 엔트리 때 서건창이 다시 돌아왔지만 그의 자리는 없었다. 이미 1위를 달리던 LG에게 서건창은 필요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서건창의 이름은 없었다. 44경기, 타율 2할(110타수 22안타), 12타점이 서건창의 2023시즌의 성적표였다. 서건창은 LG에 온 이후 3년간 타율 2할2푼9리(564타수 129안타) 4홈런 54타점에 머물렀다.

또 FA 계절이 왔지만 서건창은 이번에도 FA 신청을 하지 않았다. 대신 LG에 방출을 요청했다.

LG 차명석 단장은 "서건창 에이전트가 풀어달라고 요청을 했다"면서 "현재 우리 팀에서 서건창을 비롯해 기회를 얻기 힘든 베테랑들을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풀어주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새 팀을 찾는 서건창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민 팀은 친정팀인 키움이었다. 하지만 서건창은 키움이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 익숙한 친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호하는 선수들도 있으나 서건창은 아니었다. FA 두고 트레이드로 보냈던 팀으로 기억이 좋지 않은데다 키움이 이정후가 떠난 뒤 젊은 선수들로 리빌딩을 하는 팀이라 자신에게 기회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듯했다.

그리고 LG에서 나온지 50일만에 다시 입은 유니폼은 KIA였다. 자신의 고향팀이었다.

KIA 관계자는 "경험이 풍부한 서건창 선수가 팀 내 젊고 유망한 내야수들이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이번 영입을 결정했다"고 영입 배경에 대해 밝혔다. 이어서 "김선빈 선수와 함께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길 바라며, 고향팀에서 부활해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KIA에는 주전 2루수 김선빈(35)이 있다. 하지만 그 뒤를 받쳐줄 백업 2루수가 마땅치 않다. 윤도현 박민 김규성 홍종표 등의 후보들이 있지만 확실하게 튀어나온 이가 없다. 우투좌타인 서건창에게 기회가 올 수 있는 부분이다. 서건창은 KIA 점퍼를 입고 짧게 자른 머리를 하고 입단 사진을 찍었다. 그의 표정에서 부활에 대한 각오가 전해졌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