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맞추는 재능은 급이 다르다. 원하는 타격을 하기 위한 파워가 부족하다."
롯데 자이언츠 나승엽(21)이 프로에 입문한 이래 받아온 평가다.
메이저리그를 꿈꿨던 5억짜리 재능이 군복무로 몸을 가다듬었다. 이제 다시 출발이다.
덕수고 시절 장재영(키움)과 더불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눈을 사로잡던 재능이다. 손성빈(1차지명) 김진욱(2차 1라운드) 나승엽(2차 2라운드)을 모두 거머쥔 롯데의 전략적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더 김진욱보다 많은 계약금도 화제가 됐다.
데뷔 첫해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타율 2할4리 2홈런 1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563에 그쳤다. 무엇보다 이대호를 비롯해 1,3루가 인산인해였다. 출전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나승엽은 빠르게 군복무를 준비했다. 2022년 5월 상무에 입대했고, 퓨처스에서 2년 연속 3할 타율에 0.9 안팎의 OPS(출루율+장타율)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성장했다. 퓨처스 올스타전 MVP도 차지했다.
전역 직후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와 아시아야구선수권 대표팀을 마친 뒤에야 구단에 복귀했다. 대표팀 연습경기에서 문동주(한화)를 상대로 홈런을 치는 등 달라진 파워가 돋보였다. 주전으로 중용되진 못했지만,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자세가 제대로 잡혀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나승엽이 돌아본 대표팀 생활은 어떨까. "같이 나간 형들, 그리고 일본 선수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또래인데도 야구 잘하는 선수들이 정말 많더라고요"는 속내를 드러냈다.
1m90의 큰 키에 늘씬한 체형. 덕분에 긴 다리로 쭉쭉 딛고 달리는 스피드는 생각보다 빠르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맞추고도 힘에서 배트가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타격폼을 변경하는 이슈도 있었다.
상무 시절에는 줄곧 1루를 봤다. 한눈에도 제법 두터워진 상체가 눈에 띈다.
나승엽은 "상무 때는 어깨에 충돌 증상이 있었어요"라고 아쉬워했다. 이제 부상이 완치됐고, 1루는 물론 3루도 문제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젠 19살이 아니잖아요. 1년1년 지나는 동안 확실히 코너 내야수에 걸맞는 몸으로 바뀌는 걸 느낍니다. 올해는 1군에서 풀타임 뛰고 싶습니다."
포구와 송구부터 연계 플레이까지 익숙한 몸놀림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고. "상무는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이 정말 잘돼있어요. 할 게 웨이트밖에 없다는 말도 맞고"라며 웃은 뒤 "근육이 많이 붙었죠"고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은 '타격 때 불필요한 동작이 있다. 너무 면을 만들어 치는 스윙이다. 배트 나오는대로 자연스럽게 쳐라'는 충고를 했다고. 김해 상동 야구장에서 진행중인 신인-재활군 캠프에서 연신 땀을 흘리고 있다..
"이정후 선배님 보면서 항상 감탄했거든요. 어떻게 자기 장점을 저렇게 늘릴 수 있지? 저도 컨택과 장타력 둘다 가진 타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