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거센 비난 여론을 의식했을까. 일단 '일본판 김강민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풀카운트'를 비롯한 일본 매체는 11일 '세이부 라이온스가 FA 내야수 야마카와 호타가의 보상선수로 카이노 히로시를 지명했다'고 전했다.
11일 오전 일본 야구계는 떠들썩 했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세이부가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FA 이적한 야마카와의 보상 선수로 와다 쓰요시(43)를 지명할 방침'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와다는 소프트뱅크의 상징과 같은 선수다. 와세다대를 졸업한 뒤 2003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소프트뱅크에 입단한 그는 팀은 물론 일본 프로야구계에 굵직한 역사를 남겼다. 2003년 데뷔 첫 해 26경기에서 14승5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하며 퍼시픽리그 신인왕에 올랐고, 팀의 재팬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10년 17승, 2016년 15승을 하며 다승왕에 올랐고, 통산 326경기에서 158승을 거뒀다. 2011년 시즌을 마치고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그는 부상으로 '먹튀 논란'에 빠지기도 했지만, 2014년 시카고 컵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2년 간 21경기 101⅔이닝 5승5패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일본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일본 간판 좌완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 40대가 훌쩍 넘은 나이지만, 건재한 모습이 이어졌다. 21경기에서 100이닝을 소화하며 8승6패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했다.
팀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프트뱅크는 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더욱이 소프트뱅크가 영입한 야마카와는 지난해 5월 지인 여성 성폭행 논란에 휩싸이며 무기한 출장 정지를 받기도 했다. 일본 매체에서도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와다가 나가면 큰 손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시행된 2차 드래프트에서 SSG 랜더스가 '간판 외야수' 김강민(42)을 보호 선수에 묶지 않았고, 한화 이글스가 지명을 했다.
김강민은 2001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통산 1919경기를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총 5차례의 우승 반지를 끼고 있을 정도로 SSG에 있어서는 상징적인 선수였다.
지난해 70경기에서 타율은 2할2푼6리에 그쳤지만, '짐승'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뛰어난 수비력을 갖추고 있어 외야 보강이 필요한 한화가 지명을 했다. 갑작스런 이적으로 김강민도 은퇴를 고민했지만,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역 연장을 택했다.
김강민은 2024년 시즌 '새로운 팀' 한화에서 뛰게 됐지만, 와다는 그대로 소프트뱅크 유니폼을 입게 됐다.
세이부가 와다 대신 시속 160㎞ 강속구를 던지는 카이노 히로시(28)을 보상 선수로 선택했기 때문. '닛칸스포츠'는 '세이부가 원래는 와다 영입을 생각했지만, 팀 간판 선수 유출에 대한 반응이 거세 두 구단이 서둘러 논의하고 방침을 바꿨다'라며 '카이노의 영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보상 문제가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소프트뱅크에 입단한 카이노는 첫 해 65경기에 나와 2승5패 26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4.14를 기록한바 있다. 지난해에는 46경기에서 42⅔이닝을 던져 3승1패 8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2.53으로 활약했다. 2019년에는 프리미어12 결승전에 7회 등판해 2B-2S에서 시속 158㎞ 직구로 강백호(KT)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기도 했다.
올해 필승조로 활용할 수 있는 투수를 놓치게된 미카사 스기히코 소프트뱅크 단장은 "어려운 선택이었다. 올해 좋은 활약을 기대한 만큼, 새로운 팀에서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반면 와타나베 히사노부 세이부 단장은 "매우 기뻤다. 구원투수 보강이 됐다. 세이부에 없는 매력적인 투수"라고 활약을 기대했다.
갑작스럽게 팀을 옮기게 된 카이노는 "소프트뱅크에서 많은 응원을 받아 감사하다. 이번에 지명해준 세이부에게도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