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그걸 거절하다니 믿기지 않는다.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얼핏 들으면 추진하던 작업이 실패한 사람의 코멘트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는 1월 이적시장에서 토트넘 홋스퍼가 2호 영입으로 데려온 대형 수비수 라두 드라구신(22)의 에이전트가 한 말이다. 드라구신은 세리에A 제노아를 떠나 토트넘에 총 2500만파운드(약 420억원)의 이적료에 입단했다. 에이전트 입장에서도 성공한 이적이라고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정작 드라구신의 에이전트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드라구신이 토트넘과 계약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것. 너무 기뻐서가 아니라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였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11일(한국시각) '드라구신의 에이전트는 드라구신이 바이에른 뮌헨 대신 토트넘을 선택한 것 때문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드라구신의 에이전트인 플로린 마네아는 GSP를 통해 '우리가 뮌헨 이적을 거부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드라구신이 직접 토트넘을 언급했고, 이 뜻을 존중하기 위해 토트넘 이적을 결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속이 쓰리고, 정신을 못차리겠다'고 말했다.
이 코멘트는 두 가지 팩트를 드러낸다. 하나는 뮌헨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드라구신을 영입하려 노력했다는 것. 당초 드라구신은 토트넘이 가장 먼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수비 라인보강을 원하는 뮌헨이 뒤늦게 참전해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사실 토트넘과 뮌헨이 동일 선상에서 경쟁한다면 뮌헨 쪽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뮌헨은 독일 분데스리가 11년 연속 우승에 빛나는 강팀이다. 해리 케인과 김민재 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우승 가능성이 토트넘보다 높다. 자금력도 풍부하다. 실제로 뮌헨은 토트넘보다 더 많은 이적료를 제시했다.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팀에 끌릴 수 밖에 없다. 마네아 에이전트가 뮌헨을 선호한 이유다.
그러나 뮌헨은 결국 실패했다. 여기서 두 번째 팩트가 나온다. 즉, 드라구신이 뮌헨보다는 토트넘을 훨씬 더 좋아했다는 것. 때문에 이적 결정에서도 자신이 직접 목소리를 내 토트넘행을 고집한 것이었다. 드라구신의 에이전트가 망연자실안 채 토트넘 이적 결과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