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1월 이적시장 개장 열흘 만에 굵직한 거래를 2건이나 성사시켰다. 토트넘 다니엘 레비 회장은 협상에서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감시간 직전까지 질질 끌기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토트넘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평소 스타일을 과감히 버렸다.
영국 언론 '미러'는 11일(한국시각) '레비가 그간의 이적 방식을 바꿨다. 토트넘은 전 첼시 공격수 티모 베르너 영입을 발표한 데 이어 제노바 수비수 라두 드라구신 계약에 합의하며 두 번째 영입을 마무리했다'ㄹ고 보도했다.
미러는 레비의 속전속결에 대해 '레비는 계약을 막판까지 밀어붙이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위 두 선수의 거래는 이와 거리가 먼 조기 계약이다. 남은 시즌 동안 계약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베르너와 드라구신은 높은 수비 라인을 앞세워 압박 축구를 추구하는 포스테코글루 스타일에 적응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경기력만 고려한다면 선수는 하루라도 빨리 팀에 합류하는 편이 무조건 유리하다. 적응 기간을 단축하고 남은 시즌 한 경기라도 더 뛸 수 있다.
그러나 구단도 회사다. 상업적인 측면도 중요하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무엇이든 거래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취해야 마땅하다. 협상을 최대한 길고 신중하게 전개해야 한다.
레비는 극단적으로 후자에 치우친 사업가다. 세계 최대의 프로 축구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규모가 큰 편인 토트넘의 수장이지만 '장사꾼'이라고 불린다. 그는 극단적인 가성비를 추구하며 이적 협상에 있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당장 지난 여름 해리 케인을 바이에른 뮌헨에 매각할 때에도 그랬다. 그는 개막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줄다리기를 지속했다. 심지어 구두 합의가 끝나고 케인이 공항으로 가는 도중에도 이적료를 올리려고 시도해 계약이 엎어질 뻔했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 감독 알렉스 퍼거슨은 레비에게 질렸다. 2008년 맨유가 토트넘에서 공격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영입한 뒤 퍼거슨이 레비와 다시는 거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랬던 레비가 '쿨 거래'를 열흘 안에 두 건이나 터뜨린 것이다.
토트넘은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기도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핵심 선수들이 줄부상으로 빠진 악조건 속에서도 4위권 성적을 끈질기게 유지했다. 하지만 1월에 아시안컵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동시에 열렸다. 간판 스트라이커 손흥민과 주전 미드필더 파페 사르, 이브스 비수마까지 이탈해 전력 누수가 너무 심했다.
레비는 가장 절실했던 센터백 보강과 공격진 수혈을 일사천리로 해결했다. 급한 불은 껐다. 미드필더 한 명만 추가하면 완벽하다. 아마 미드필더 영입은 레비의 평소 스타일이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