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KIA 타이거즈 김대유(33)에게 2023시즌은 아쉬움으로 남은 한 해다.
포수 박동원의 보상 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은 그는 불펜 좌완 핵심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됐다. 2021~2022시즌 LG 트윈스의 필승 좌완 역할을 맡으면서 커리어 하이 기록을 이어왔다. 좌완 사이드암이라는 흔치 않은 투구 유형, 예리한 제구를 통해 KBO리그 최상급 불펜 요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그를 보상선수로 데려온 KIA의 선택은 LG의 허를 찔렀다는 평가를 뒤따르게 했다.
하지만 출발이 좋지 않았다. 지난해 4월 한 달간 6⅓이닝 평균자책점이 12.79에 달했다. 제구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잇달아 실점이 나왔다. 5월 6⅔이닝에서 평균자책점은 1.35로 크게 낮아졌지만, 승계주자 실점이나 안타 숫자, 볼넷 등 여전히 완벽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들이 이어졌다. 결국 두 달간의 1군 동행을 마치고 함평 퓨처스(2군) 구장으로 향했다.
부상, 투구 밸런스 재조정 문제로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그가 1군 무대로 돌아온 것은 후반기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9월이었다. 김대유는 9월 13경기 6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1이닝을 온전히 책임지기보다 상대 좌타자 등장 때 이를 막는 원포인트 성격이 강했으나, 제 몫을 충실히 하면서 팀의 순위 싸움에 힘을 보탰다. 10월 9경기에서도 5이닝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시즌 최종 성적은 41경기 24⅔이닝 승리 없이 2패 4홀드, 평균자책점 5.11.
전반기(19경기 13이닝,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6.92)만 해도 김대유의 투구는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제구 불안 속에 강점이던 좌타자 상대에서도 문제를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후반기엔 22경기 11⅔이닝 승패없이 2홀드, 평균자책점 3.09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몸에 맞는 공 비중(5개→1개)이 크게 줄었고, 피홈런과 볼넷 숫자를 줄인 것도 소득. 투구 밸런스 재조정을 거치면서 제구 안정감을 찾기 시작해 돌파구를 마련한 모습이다.
올 시즌에도 KIA 불펜에서 김대유의 역할은 적지 않다. '투수 왕국'이라 불리는 KIA 마운드지만, 확실하게 자리를 책임질 수 있는 자원이 필요하다. 좌완 사이드암이자 베테랑인 그는 이준영 최지민 곽도규 등 KIA 좌완 불펜 요원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로 꼽힌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보여준 안정적인 제구를 살리는 게 관건이다.
김대유는 오랜 기간 무명 생활을 거쳐 뒤늦게 빛을 본 케이스. 2010 신인 드래프트에서 히어로즈에 3라운드 지명됐으나 1군 출전 없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 와이번스로 이적했다. 이후 2019년 KT까지 1군 등판이 36경기에 불과했다. 2020년 LG에서 1군 3경기 등판에 그쳤으나, 이듬해 64경기 4승1패24홀드, 평균자책점 2.13의 빛나는 기록을 썼다. 프로 데뷔 12년 만에 만든 성과다. 오랜 기다림 동안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갈고 닦으면서 얻을 수 있었던 성과물이다.
두 번의 2차 드래프트와 방출에도 꺾이지 않은 열정은 그에게 '정상급 불펜'이란 수식어를 안겼다. 다시 시작된 도전, 김대유의 활약은 그래서 더 기다려진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