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 둘을 꼽으라면 하나는 '커터의 마술사' 마리아노 리베라, 다른 하나는 '지옥의 종소리'와 함께 등장했던 트레버 호프먼이다.
리베라와 호프먼은 통산 652세이브, 601세이브를 올리며 이 부문 역대 1,2위에 올라 있다. 리베라는 2019년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 425명의 만장일치, 호프먼은 2018년 79.86%의 득표율로 각각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명예의 전당 투표 만장일치는 리베라가 유일하다.
리베라는 뉴욕 양키스에서만 19년을 활약했고, 호프먼은 커리어 18년 가운데 16년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뒷문을 지켰다.
둘 다 최고의 클로저였지만, 차이는 있었다. 리베라는 빅마켓 명문 양키스에서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반면, 호프먼은 상대적으로 변방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당대 최고의 마무리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리베라는 강력한 팀 전력 덕분에 5번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었지만, 호프먼은 1998년 월드시리즈 준우승이 커리어 팀 최고의 성적이다. 호프먼은 그해 정규시즌서 양 리그 통합 1위인 53세이브를 올렸으나,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3차전서 4-3으로 앞선 8회초 스캇 브로셔스에게 역전 3점포를 얻어맞고 블론세이브와 패전을 함께 짊어지는 아픈 순간을 맛봤다. 당시 리베라는 3차전을 포함해 1차전, 4차전서 세이브 3개를 올리며 호프먼을 울렸다.
호프먼에 관한 뚜렷한 기억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가 선천적으로 한 쪽 신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제거 수술을 받고 자랐다는 점이다. 호프먼은 1989년 드래프트 11라운드에서 신시내티 레즈의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당시 포지션은 유격수였지만, 성장 가능성이 안 보이자 감독의 권유로 1991년 투수로 전향했다. 호프먼은 1993년 신생팀 확장 드래프트 때 플로리다 말린스로 옮기면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가 정상급 마무리 반열에 오른 것은 1994년 20세이브를 올리면서다. 이때부터 그의 전설이 시작됐다. 프로 초창기 90마일대 후반의 빠른 공을 던졌던 호프먼은 1994년 어깨 수술을 받으면서 구속이 80마일대 후반으로 뚝 떨어졌지만, 손바닥으로 공을 쥐는 이른바 '팜볼'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삼으면서 최정상급 마무리로 우뚝 섰다.
호프먼의 등장곡은 그 유명한 '지옥의 종소리(Hells Bells)'다. 호주 출신의 전설적인 록밴드 AC/DC가 1980년 발표한 앨범 'Back In Black'의 A면 첫 수록곡으로 13번의 종소리와 기타 리프로 시작하는 록의 클래식 넘버다. '트레버 타임(Trevor Time)'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가 이 곡을 처음 사용한 것은 1998년 7월 26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경기였다. 당시 6-5로 앞선 9회초 Hells Bells와 함께 마운드에 오른 호프만은 4타자를 맞아 제프 배그웰에게 볼넷을 내줬을 뿐 모세스 알루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시즌 33세이브를 올렸다.
'지옥의 종소리'가 울려퍼진 샌디에이고의 홈구장은 지금의 펫코파크 이전부터다. 샌디에이고는 퀄콤스타디움(이전 명칭 잭머피스타디움)을 1969년부터 2003년까지 홈구장으로 썼다. 호프만의 '지옥의 종소리'는 1998년 그곳에서 시작해 2004년 펫코파크로 이전한 뒤에도 2008년까지 계속 울려퍼졌다.
샌디에이고의 마무리 계보는 호프먼 이후 히스 벨스(2009~2011), 허드슨 스트리트(2012~2014), 크레이그 킴브렐(2015), 페르난도 로드니(2016), 브래드 핸드(2017~2018), 커비 예이츠(2019), 마크 멜란슨(2021), 테일러 로저스(2022), 조시 헤이더(2023)로 이어졌다. 3시즌 이상 마무리는 스트리트에서 끊겼다.
지난해 33세이브를 올린 헤이더가 FA로 떠난 샌디에이고는 이제 호프먼과 같은 붙박이 마무리를 키우려고 한다. 고우석이 바로 그 후보들 중 하나다.
고우석이 5일 꿈에 그리던 그곳, 펫코파크에 모습을 드러냈다. 샌디에이고와의 계약을 마무리한 고우석은 에이전시를 통해 펫코파크에서 찍은 영상 인사를 보내왔다.
"안녕하세요 파드리스, 제 이름은 고우석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Hello Padres, My name is Go. Nice to meet you!)"라고 인사한 고우석은 "만나서 너무 반갑고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몸 잘 만들어 올 수 있도록 하겠다. 시즌 동안 화이팅!"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의 마무리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구단은 스프링트레이닝에서 경쟁을 통해 보직이 결정된다고 했다. 경쟁자는 일본인 투수 마쓰이 유키와 기존 셋업맨 로버트 수아레즈다. 둘 다 강력한 포스를 자랑하는 정상급 불펜요원들이다.
잠실구장에서 고우석의 등장곡은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시작을 알리는 미국 록밴드 Drowning Pool의 '솔저스(Soldiers)'다. 마무리를 꿰찰 경우 이 곡을 등장곡으로 사용할 지는 지켜볼 일이다.
고우석은 6일 오전 5시10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스탠딩 인터뷰에서 입단 소감을 다시 전할 계획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