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이비인후과병원 이상덕 병원장이 '코가 뚫리면 인생이 뚫린다'를 출간했다.
35년 동안 코만 진료해온 의사가 '병원 치료의 한계'부터 인정하고 시작하는 코 건강 필독서다.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환자한테서 배운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그래서 책을 쓰는 시간은 그동안 환자한테서 받은 가르침을 되새기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토로한다.
20여 년 전 찾아온 한 고등학생 환자의 이야기가 눈에 띈다.
공군사관학교 지망생이지만 심한 축농증 때문에 합격이 불투명했다. 당시만 해도 10대에게 축농중 수술을 하는 것은 흔히 않았다. 하지만 사정이 다급해 우리나라에서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이 사실상 처음으로 도입한 축농증 내시경 수술을 시도했다. 다행히 수술 경과가 좋아 학생은 엄격한 공사 체력검정을 통과했다.
그 이후로도 공사 생도로 가끔 병원을 찾던 학생은 공사를 졸업하고 에이스 중 에이스만 선택받는 전투기 조종사가 됐다.
이 병원장은 30년 이상 환자를 치료하면서 콧병도 많이 바뀐 것을 체감한다. 생활 습관과 환경이 점점 더 코 건강에 나쁜 쪽으로 바뀌면서 비염 환자가 늘고 있다. 감기를 적극적으로 치료하면서 축농증 환자는 줄었지만, 재발성, 혹은 난치성 축농증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그는 "코는 호흡기 건강을 지키는 수문장"이라며 "코를 잘 관리하면 콧병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천식이나 기관지염 같은 하기도 질환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책은 어린이 콧병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다. 어릴 때 코 관리를 잘못하면 평생 콧병을 달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급성 축농증은 환자 세 명 중 한 명이 9살 이하 어린이일 정도다. 또 아토피나 천식을 앓는 어린이는 알레르기 비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질환은 평생을 간다. 하지만 적절하게 치료하고 좋은 습관을 들이면 커서도 콧병으로 크게 고생하지 않는다.
의사가 쓴 책인데도 불구하고, 치료보다는 관리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 저자가 콧병을 고치는 의사이면서, 콧병을 앓았던 환자였기 때문이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