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노력으로 가득찬 8년이었어요. 아쉽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2016년 구도(球都) 부산의 1차지명으로 프로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하지만 이후 8시즌 동안 1군 등판 경험은 단 1경기 2이닝(2019년)이 전부다.
박선우(27)가 사연많은 그라운드를 떠난다. 야구 대신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
롯데 시절 선수,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야진남(야구에 진심인 남자)'이라고 칭찬하던 선수다. 박종무에서 박선우로 개명한 이유도 "야구를 좀더 잘하고 싶어서"였다.
1m88의 늘씬한 키에 걸맞는 묵직한 직구는 평생 갖지 못했지만, 대신 마운드 위 침착한 경기운영이 돋보이는 투수였다.
그 뜨거운 가슴은 2022시즌 직후 롯데에서 방출된 뒤에도 식지 않았다. KT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꿈을 향해 다시 매진했다.
롯데 시절에는 계산이 나오는 투수, 1군 대체선발로의 가능성에 전념했다. KT에선 불펜 보직이 주어졌다. 퓨처스 38경기 47⅔이닝을 소화하며 4승1패 8홀드 33탈삼진,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했다. 생애 최고의 성적이었다.
"당연히 몸관리는 선발이 편하죠. (불펜은)힘들지만 경기를 많이 뛸수 있어 좋았어요. 퓨처스는 비가 오면 경기가 연기되지 않고 취소되거든요. 그러다보면 2군 선발투수는 오랫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도 있어요. 하긴 올해 성적이 좋아서 좋게 기억하는 거겠죠. 후반기에 야구가 정말 잘됐거든요. 포크볼이 기가 막히게 떨어져서 잡았던 삼진들이 생각나네요. 시즌 막판엔 1군에도 올라갔고."
내년을 기약했건만, 박선우의 겨울은 차가웠다. 제주도 마무리캠프까지 동행했지만, 끝내 방출 통보를 받았다.
KT 구단에 유감은 없다. 박선우는 "내가 야구를 못하는게 문제"라며 웃었다. 지난해 아버지와 사별하는 등 힘든 개인사도 겹쳤다. 그는 "익산에 연고가 없어서 신병률(KT 투수) 형 집에 얹혀살았다. 정말 고마웠다"면서 "롯데는 7년 있었지만, KT와의 인연은 1년 뿐이었는데…빈소에 KT 2군 선수단이 원정경기를 마치고 다같이 와줬다. 새삼 감사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른도 안된 젊은 투수를 원하는 팀은 있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박선우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게 야구지만, 이제 이별할 시간이다. 일반인 박선우로 다시 시작한다"고 했다.
흰 피부의 수려한 비주얼이 돋보이는 미남이다. 2군 경기에도 아이돌마냥 적지않은 팬이 몰렸다. 각종 먹거리부터 직접 찍은 사진이 담긴 액자까지, 다양한 선물로 양손이 바쁜 인기인이었다.
"TV에 자주 나오는 선수도 아닌데, 2군 구장까지 직접 와서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야구선수로서 보답하지 못하고 떠나는게 속상하고 죄송할 뿐입니다."
베이징올림픽을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으니 "강민호 선배가 글러브를 집어던지던 모습이죠"라며 웃는다.
"그때의 두근거림을 안고 16년간 야구만 했어요. 이제 마음 한켠에 잘 간직할게요. 제2의 인생도 응원해주세요. 박선우 인생 아직 끝난거 아니잖아요. '열린 결말'을 향해 힘차게 달려보겠습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