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대한항공이니, 위기라고 보는 게 맞을까.
리그 4연패에 도전하는 시즌이었다. '순항' 전망 뿐이었다. 전력, 분위기상 대한항공의 독주를 누가 막느냐의 싸움으로 보였다. 실제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도 우승후보로 7표 중 5표를 받았다. 심지어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스스로 자신들의 우승을 점치기도 했다.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그렇기에 최근 대한항공의 순위, 경기력은 압도적 우승후보라는 평가와 어울리지 않는다. 1일 새해 첫 경기인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대3으로 패했다. 2연패. 2경기에서 범실이 무려 28개, 33개가 쏟아져나왔다. 최근 4경기 1승3패다.
20경기 11승9패 승점 35점으로 3위다. 지난 시즌 36경기에서 10패만 했던 대한항공임을 감안하면 충격이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아직 우리가 정규리그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건 긍정적"이라고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1위 우리카드와는 승점이 7점 차이다. 2위 삼성화재도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다음 경기가 우리카드전인데 만약 여기서 패한다면 정규리그 1위 가능성은 더욱 사라질 수밖에 없다.
여러 요인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먼저 외국인 선수 이슈다. 링컨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무라드를 급하게 데려왔지만, 팀 컬러와 맞지 않는 스타일이라 활용도가 떨어진다. 임동혁이 분투해주고 있지만, 다른 팀 외국인 에이스들의 존재감과 비교하면 2% 부족한 게 사실이다.
고연봉자 정지석의 부상 후유증도 아쉽다. 사실상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에스페호가 최근 잘해주고 있는 게 위안거리지만, 어찌됐든 대한항공은 정지석이 살아나야 팀 분위기가 올라갈 수 있다.
리그 최고 세터 한선수의 기복도 지적을 받고 있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이제 39세다. 체력 문제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물론 틸리카이넨 감독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한선수를 감쌌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경기 중에도 다양한 선수 조합을 시도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다. 한국전력전을 봐도 초반 에스페호를 중용하다, 경기 중후반에는 정한용과 정지석을 투입했다. 임동혁을 대신하는 무라드의 출전 시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경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함이었다. 상황, 상황에 더 맞는 선수를 내보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실한 주전 라인업을 가지고 싸우는 게 감독 입장에서는 훨씬 편하다. 틸리카이넨 감독도 이 상황에 대해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떻게든 더 옳은 결정, 옳은 판단을 내려야 한다. 팀의 미래를 위해서 내가 더 나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물론 내 결정에 많은 말이 오갈 수 있다는 건 안다"고 설명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생각하는 대한항공의 미래는 무엇일까. 그는 "팀 컬러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더 빠르고, 더 영리한 배구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디테일로 이점을 가져도는 배구다. 기본기가 잘돼있는 팀, 처음부터 끝까지 미친듯이 싸우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