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이 걷는 길이 곧 대한민국 축구의 역사였다. 그는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2골-4도움, 압도적 존재감을 앞세워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골든볼'을 받았다. 이강인은 4년 뒤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차원이 다른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는 그라운드 위 존재감 만으로도 상대를 주눅들게 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역사상 첫 3연패를 달성했다. 이강인은 큰 무대에서, 필요한 순간마다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강인이 또 하나의 역사를 향해 간다. 그는 2024년 한국 선수 첫 우승 트로피를 정조준한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끄는 파리생제르맹(PSG)은 4일 오전 4시45분(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툴루즈와 슈퍼컵을 놓고 격돌한다. 슈퍼컵은 직전 시즌 프랑스 리그1 챔피언과 FA컵 우승팀이 단판으로 붙는 대회다. PSG가 툴루즈를 꺾으면 이강인은 PSG 유니폼을 입고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보게 된다.
당초 이강인은 슈퍼컵 출전이 불투명했다. 그는 위르겐 클린스만 A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고 카타르아시안컵에 출격한다. 대륙별 국제대회인 아시안컵은 각 팀이 첫 경기 2주 전부터 선수를 소집할 권한이 있다. 예정대로라면 이강인은 3일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대표팀 전지훈련 캠프에 합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강인은 슈퍼컵까지 소화한 뒤 '클린스만호'에 합류한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강인은 슈퍼컵이 끝난 뒤 아부다비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강인의 뒤늦은 합류가 가능한 이유는 클린스만 감독의 허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강인이 클린스만 감독에게 슈퍼컵 경기를 뛰고 싶다고 요청했고, 감독이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은 올 시즌 PSG 소속으로 전반기 프랑스 리그1, 유럽챔피언스리그(UCL)에서 2골-2도움을 기록했다. 킬리안 음바페 등과 PSG의 핵심 공격 자원으로 활약 중이다.
이강인은 지난 2월 출범한 '클린스만호'의 핵심이다. 그는 부상으로 이탈했던 9월 A매치를 제외, 8경기 모두 그라운드를 밟았다. 특히 최근 A매치 4경기에서 4골-3도움을 기록하며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달 최종명단 발표 뒤 "(한국 감독 부임 뒤) 특별한 선수가 있다. 이강인은 정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다. 레알 마요르카(스페인)에서 PSG로 이적해 기회를 많이 가졌다"고 칭찬했다.
이강인은 프랑스 리그에 진출한 13번째 한국 선수다. 이전 선수 중 그 누구도 프랑스 무대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이강인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무대에서 2024년 첫 우승컵을 들고 아시안컵에서 금빛 기운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