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바닥을 쳤다."
오재일에 대한 기대감. 사령탑은 버리지 않았다. "바닥을 쳤다"고 표현했다. 2024 새 시즌, 반등을 확신한다는 뜻이다.
50억 FA계약의 마지막 해. 이대로 사그러들 선수가 아니다.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이 오재일(38)과 새 외국인 선수 활용법을 공개했다. 대체 아닌 공존이 화두다.
삼성은 지난 15일 새 외국인타자 데이비드 맥키논(30)을 영입했다. 지난 3년간 맹활약 한 호세 피렐라(35)를 대체할 외인 야수. 계약금 10만, 연봉 90만 등 총액 100만 달러를 꽉 채웠다.
1m88, 몸무게 90㎏의 당당한 체격이 돋보이는 우투우타 코너 내야수. 메이저리그 LA에인절스와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경력을 쌓았다. 동양야구에도 익숙함이 있다.
1루수가 메인 포지션, 순발력과 안정된 캐치 능력이 돋보인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정상급 1루수 수비를 자랑했다. 지난해 실점 억제 수비 기여도 지표인 UZR(Ultimate Zone Rating) 6.5를 기록하며 퍼시픽리그 1루수 부문 1위를 차지했다.
3루수로서도 수준급이다. 어깨도 강한 편. 삼성은 안정된 내야 수비와 클러치능력에 주목하며 "성실한 훈련 태도와 일본 야구 경험을 바탕으로 KBO리그에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삼성에서는 어떤 포지션을 맡게 될까. 1루수로 나서면 오재일과 중복된다. 오재일은 박병호와 함께 리그 최고의 수비 실력을 자랑하는 1루수. 얼핏 보면 외인 최고 1루수와 제로섬 경쟁 관계에 놓인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벤치 구상은 일반적 예상과는 살짝 다르다.
박진만 감독은 "지난해 외야 쪽에 김성윤 선수가 등장하면서 외국인 선수를 내야수로 뽑아 활용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며 "맥키논 선수는 1루수로는 워낙 정평이 난 선수라 이번 봄 캠프 때 3루수로 테스트 해보고 가능하면 3루 쪽에 기용하려고 한다. 오재일 선수가 (지난해) 바닥을 친 만큼 1루에서 자리를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 오재일 선수가 체력적인 세이브를 위해 지명타자로 나설 때는 맥키논 선수를 1루에 기용하고 류지혁 선수를 3루수로 기용할 수 있다"고 구상을 밝혔다.
'1루수 오재일-3루수 맥키논'은 공-수에 걸쳐 삼성의 화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베스트 조합이다. 이 경우 내야 만능키 류지혁을 김지찬과 함께 전천후로 활용할 수 있다.
오재일은 2021 시즌을 앞두고 4년 최대 50억원(계약금 24억원, 연봉 22억원, 인센티브 4억원)의 FA 계약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첫 2년 동안 각각 20홈런-90타점을 넘기며 5할대 장타율을 넘나드는 맹활약으로 공-수에 걸쳐 삼성 타선에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지난해 2할3리의 타율에 11홈런 54타점으로 주춤하며 우려를 자아냈다.
올해로 서른여덟이 되는 베테랑 거포. '에이징 커브의 시작이 아니냐'는 일부 부정적 시선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주 포지션 1루수 외인이 합류하자 FA 마지막 해를 맞는 오재일과의 포지션 중복 문제가 조용한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사령탑인 박진만 감독은 일찌감치 선을 긋고 나섰다.
책임감 강하고 성실한 전직 캡틴 오재일의 반등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새 시즌을 구상중이다.
과연 오재일은 다시 '20홈런-100타점' 거포의 위용을 되찾으며 사령탑의 믿음에 부응할까. 외야수 피렐라 대신 내야수 맥키논을 영입하는 결단을 내린 삼성으로선 오재일의 부활이 최상의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