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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참들이 직접 선택해라" 신임 감독의 선전포고, SSG 베테랑들은 어떤 결정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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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SSG 랜더스 이숭용 신임 감독은 부임 직후 팀내 베테랑 선수들과 가장 먼저 만났다.

이숭용 감독은 누구보다 고참 선수들의 역할과 존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현역 시절 주장을 5번 했고, 그가 주장을 맡았던 팀이 현대 유니콘스와 히어로즈였다. 지금도 현대에서 뛰었던 선수들에게는 '현대 왕조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느껴질만큼, 강하고 독한 야구의 상징이었는데 그런 현대에서 주장을 맡으며 리더십을 인정받았던 선수다. 히어로즈에서는 창단 초기 가장 어려웠던 시기 최고참으로 주장을 맡아 선수들을 이끄는 역할을 해냈다.

이 감독은 부임 직후 최정, 김광현, 한유섬 등 고참 선수들과 만나 식사를 하면서 비교적 편한 분위기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시즌 종료 후 마무리 캠프 기간 도중 신임 감독이 선임됐고, 선수단과 직접적으로 만날 일이 없었다. 때문에 고참 선수들을 중심으로 전화 통화나 식사 자리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연말 연초에는 종종 랜더스필드에 나가 야구장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만남을 갖기도 했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신임 감독으로서 최대한 선수들을 더 자주 보고, 선수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숭용 감독은 고참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프링캠프에 대한 여러 대화를 나누다가 "고참들에게는 전적으로 자율권을 보장해주겠다. 원하는대로 선택해라"고 이야기 했다. SSG는 2월초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와 대만 자이로 나눠 1,2군 캠프를 시작한다. 플로리다에 갔던 선수들도 2차 캠프는 대만으로 건너와 자이에서 실전 위주의 훈련을 소화한다.

현재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플로리다에 캠프를 차리는 SSG는 베로비치의 시설에 대만족하고 있다. 과거 LA 다저스의 훈련 장소였던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는 선수들의 숙박과 훈련이 동시에 가능한 최고의 환경을 갖췄다. 날씨도 좋고, 야구장 여러 면을 동시에 쓸 수 있는데다 실내 구장도 잘 갖춰져 있다. 딱 한가지 유일한 단점은 이동 거리. 한국에서 가는 직항이 없다. 최소 미국내에서 경유 1~2번을 거쳐 버스 이동 후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동에만 하루가 걸린다. 특히 시차가 14시간이나 나기 때문에 시차 적응하는데 초반 3~4일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시차 적응과 장시간 비행기 탑승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 좋은 시설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게 고민이다. 정용진 SSG 구단주도 지난해 베로비치 캠프 시설을 직접 방문하고 둘러본 후에 "처음에는 선수들이 워낙 힘들다고 해서 캠프 장소를 바꾸려고 했는데, 와서 보니 여기 장소를 바꿀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이야기 했을 정도다.

그래서 이숭용 감독이 고참 선수들에게는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너희는 이미 스스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서 그 자리까지 온 선수들이다. 플로리다 캠프에서 시작하든, 아니면 2군 대만 캠프에서 시작하든 선택권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처음에는 고참 선수들도 당황했다. "정말 그렇게 해도 돼요?"라고 묻는 선수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베테랑 선수들은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처음에는 대만 캠프를 고민하던 선수들이 더 많았지만, 고민 끝에 플로리다로 가겠다는 선수들이 늘어났다. 새 감독 부임 후 첫 시즌을 시작하는만큼 함께 모여서 훈련하는 것이 분위기 상승에 더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이숭용 감독은 "참가 선수 명단 짜기가 더 복잡해졌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