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1세트가 승부라 생각하고 준비했다."
대한항공과 OK금융그룹의 경기가 열린 25일 인천계양체육관. 경기를 앞두고 OK금융그룹 오기노 감독이 꺼낸 말이다. 그의 표정에서 절실함이 묻어났다. 왜 이런 얘기를 했던 걸까.
OK금융그룹은 절체절명 위기에 빠졌다. 대한항공전을 앞두고 5연패였다. 특히 최근 4경기로 압축하면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연속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팀 분위기가 최악이라는 의미였다.
강호 대한항공 상대로도 약했다. 올시즌 두 차례 맞대결 모두 세트스코어 0대3으로 완패했다. 오기노 감독은 "대한항공은 매우 좋은 팀이다. 리시브, 디그, 수비, 개인 능력 모두 다 좋다"고 치켜세웠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 악재까지 발생했다. 주전으로 활약하던 세터 곽명우가 부상으로 빠진 데 이어, 이민규까지 다친 것. 이날 경기 경험이 부족한 박태성이 선발로 출전할 수밖에 없었다. 세터의 중요성은 두 말 하면 입 아픈 일. 갈 길 바쁜 OK금융그룹에는 치명타였다.
때문에 오기노 감독은 1세트를 강조했다. 이날 1세트에서 무너지면 경기 결과는 보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세트를 이겨야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걸어볼 수 있었다.
감독의 의중을 알았을까. OK금융그룹 선수들은 1세트에 힘을 냈다. 상대 강서버 에스페호의 서브가 휘몰아쳐 경기 초반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에이스 레오의 활약으로 경기 흐름을 바꿨다. 에스페호에 또 연속 서브 에이스를 허용하며 무너지는 듯 했지만, 바야르사이한이 서브 득점으로 반격하는 등 팽팽한 경기 흐름을 만들었다.
듀스까지 승부를 몰고갔다. 하지만 26-27로 밀리던 상황 레오의 공격이 에스페호의 블로킹 벽에 막혔다.
모든 힘을 짜냈던 1세트를 아깝게 패하자, OK금융그룹은 와르르 무너졌다. 2세트 제대로 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18대25로 졌다. 어렵게 잡은 찬스에 연달아 서브 범실이 나왔고, 포지션 폴트 반칙까지 범했다.
3세트 반전을 위해 애썼지만, 이미 승기는 대한항공으로 넘어간 뒤였다. 중요한 승부처 두 곳에서 김규민의 천금 서브 에이스가 터졌다. 대한항공은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선수 무라드 칸을 중간중간 투입하며 호흡을 맞춰보는 등 여유있는 경기 운영을 하며 경기를 끝냈다.
대한항공이 도드람 2023~2024 V리그 OK금융그룹과의 3라운드 세트스코어 3대0(28-26, 25-18, 25-22) 완승을 거뒀다. 2위 삼성화재에 승수가 밀려 3위를 지켰지만, 승점은 똑같은 34점이 됐다. OK금융그룹은 6연패 수렁에 빠졌다.
대한항공은 임동혁, 에스페호 쌍포가 14득점과 11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OK금융그룹은 레오가 혼자 22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승부처에서 위력이 떨어졌다.
인천=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