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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국 배구를 망치고 있나?" 최태웅답지 않은 좌절감 토로…"선택의 기로에 섰다" [인천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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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이제 말로만 하면 안되겠다. 프로가 어떤 곳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겠다."

1세트 어이없는 역전패에 이은 힘도 못써본 셧아웃 완패. 배구 명가의 자존심마저 내려놓을만한 무기력한 경기였다. 천하의 최태웅도 좌절감을 숨기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시즌 V리그 대한항공전에서 세트스코어 0대3으로 완패했다.

특히 18-23으로 앞서다가 뒤집힌 1세트가 뼈아팠다. 2~3세트는 대한항공 한선수의 토스웍에 농락당하시피 무너졌다.

경기 후 만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목소리도 낮게 가라앉았다.

최태웅 감독은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프로선수가 돼야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데…말로만 해선 안되겠다"며 그답지 않은 속내를 전했다.

이어 "오늘 경기는 상대가 잘하기보단 우리가 너무 못했다. 그동안은 어려서, 여려서, 자신감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실력 부족"이라고 단언했다.

"세터 토스가 안 좋았다. 연결도 불안하고, 보이는 공격만 하려니 공격수들은 더 불안하게 볼을 처리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팀 전체가 흔들렸다."

최태웅 감독은 "대표팀에 우리 선수들이 많은데, 이름값만 걸출하지…혹시 내가 한국 배구를 망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선배들이 우승하려고 얼마나 피땀흘려 노력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면서 "한국 배구를 위해 시스템부터 마인드까지, 여러가지 시도를 해왔는데 뭘 해도 안된다.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섰다"고 비장한 속내를 전했다.

"개인적으로 강한 훈련으로 선수를 괴롭히거나, 경기 못한다고 보복성 훈련시키는 거 난 싫다. 그래서 인성 교육을 대신하는데…우리 선수들은 투지나 열정이 정말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이제 훈련 강도를 높일 거다. 어차피 대표팀에서 뛰어야하는 선수들이다. 팀에서 기본부터 잘 다져놓겠다."

인천=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