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정안지 기자] 가수 하춘화가 이리역 폭발 사고를 언급하며 "故 이주일이 생명의 은인"이라고 밝혔다.
17일 방송된 KBS 1TV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는 하춘화가 참혹했던 이리역 폭발 사고를 언급했다.
이날 하춘화는 "77년에 11월 11일에 사고가 났다. 죽다가 살아난 날"이라며 잊을 수 없는 이리역 폭발 사고를 떠올렸다.
1977년 11월 11월 발생한 현 익산 전라북도 이리역 열차 폭발 사고. 화약물 열차는 역내 대기 없이 직통 운행이 원칙, 그러나 관리자의 부주의로 인해 화약 열차 내 화약물이 폭발, 대규모 참사로 이어진 인재 사고다. 당시 사상자 약 1,400여명에 이재민이 7,800여명 발생한 그야말로 최악의 철도 사고다.
하춘화는 "다이너마이트를 운반하는 과정이었다더라. 운반하는 어떤 분이 담배를 피웠는데 담뱃불이 옮겨 붙었다더라"며 "그걸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저는 이리역 인근 극장에서 공연 준비 중이었다. 그때 전속 사회자가 故 이주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저녁 공연을 보통 9시에 시작하는데 9시 15분쯤 사고가 발생했다. 평소처럼 오프닝 공연을 마치고 대기하면서 날씨가 쌀쌀해서 난로를 쬐며 대기하는 순간 폭파가 됐다"며 "만약 그 상황에서 난로까지 엎어졌다면 최악의 상황이 될 뻔 했다"며 아직도 생생한 그날을 회상했다.
하춘화는 "이북에서 내려왔다는 생각을 했다. 이리시 전기가 끊겼다. 극장 지붕이 내려앉고 폭파되면서 흙 속에 나를 집어넣는 것 같더라"며 죽음의 두려움이 극에 달한 그 순간, '하춘화 씨'라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바로 故 이주일이었다고.
그는 "담을 넘어야 하는데 도저히 못 뛰어내리겠더라. 그때 이주일 씨가 '내 머리를 밟고 내려와라'고 하더라"며 "당시 이주일 씨가 머리를 다쳤다. 폭파 사고로 내려 앉은 극장 지붕에 두개골이 함몰됐다"고 했다. 하춘화는 "나는 다친 줄도 모르고 머리를 딛고 착지하고, 등에 업힌 채 이동하는 중에 '빨리 좀 가자'고 했다"며 "이주일 씨는 머리를 다쳐서 가다가 넘어지길 반복했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숙소에 도착한 하춘화는 군산으로 향했다고. 갑작스런 상황에 하춘화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두려움에 급히 피난을 떠났고, 하춘화는 자료에서만 봤던 피난길 풍격을 목격했다.
이후 군산 병원에 도착, 이주일은 바로 긴급 수술에 들어갔다. 하춘화는 "열악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뇌 수술을 마취도 없이 진행했다"며 "수술 후 울더라. 망치로 때리는 소리가 났다고 하더라. 나와서 우는데 비참해서 못 보겠더라"고 털어놨다. 하춘화는 어깨 골절 진단을 받고 손을 고정한 채 상반신 깁스를 하고 서울로 이송, 정밀 치료 검사를 해보니 타박상이었다고. 또한 이주일은 마취를 하고 수술을 완료했다. 그러면서 하춘화는 생명의 은인인 이주일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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