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K리그 1부 승격에 고픈 서울 이랜드가 그토록 원했던 카드를 품었다. 수원FC의 승격과 잔류를 이끈 김도균 감독(46)이다.
이랜드의 김 감독 선임이 임박했다. 아직 확정은 아니다. 김 감독은 11일 최순호 수원FC 단장을 만났다. 끝까지 믿어준 최 단장에 대한 감사를 표한 후, 도전 의지를 전했다. 최 단장은 다음 시즌에도 김 감독과의 동행을 원했지만, 김 감독의 의사를 존중해줬다. 12일부터 작별을 위한 제반 작업이 이어졌고, '아름다웠던 4년간의 동행을 마무리한다'는 공식 발표까지 나왔다. 수원FC와 결별이 확정된 김 감독은 마지막 세부 조율 후 이랜드와 최종 사인할 예정이다.
이랜드는 1년 전부터 김 감독을 원했다. 이랜드의 목표는 오직 승격이다. 2015년부터 K리그2 무대에 발을 들인 이랜드는 매시즌 승격을 목표로 했지만, 9시즌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마틴 레니 초대 감독을 시작으로 박건하 김병수 인창수 김현수 정정용 박충균 감독 등 대행 포함 9명의 감독이 이랜드를 이끌었지만, 올해까지 승격에 실패했다. 승격은 커녕 플레이오프 진출도 창단 첫 해, 한번 밖에 없었다.
이랜드는 승격의 한을 풀어줄 적임자로 김 감독을 점찍었다. 김 감독은 2020년 부임 첫 해 수원FC를 아무도 예상 못한 깜짝 승격으로 이끈 바 있다. 이후 K리그1에서도 강력한 공격축구를 바탕으로 팀을 세 시즌간 잔류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2021년에는 수원FC 역사상 최고 성적인 5위까지 올렸다. 이랜드는 지난 해 겨울 김 감독과 접촉했다. 꽤 적극적이었지만, 김 감독은 정중히 제안을 거절했다. 이랜드는 박충균 감독을 선임했고, 결과는 최악이었다. 이랜드는 2023시즌 11위에 머물렀다.
박 감독과 같이 가지 않기로 결심한 이랜드는 다시 김 감독에게 접근했다. 진정성 있는 제안을 건넸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랜드의 관심을 뒤로 했다. 수원FC는 당시 강등의 기로에 서 있었다. 김 감독과 수원FC의 계약이 남아 있는지 몰랐던 이랜드도 한발 물러섰다. 김 감독은 수원FC에만 집중했다. 오로지 잔류만을 생각했다. 소문이 이어지며 난감한 상황이 됐지만, 김 감독은 선수단 장악 능력을 발휘했다. 선수들을 하나로 묶으며 분위기를 만들었고, 결국 부산 아이파크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혈투 끝 5대2 대역전승을 이끌며 극적 잔류에 성공했다.
이후 김 감독에게 이랜드가 다시 러브콜을 보냈다. 김 감독은 수원FC 잔류와 이랜드 이적을 두고 고민했다. 돈이나 명분을 생각하면 수원FC 잔류가 더 나은 선택이었다. 당장 연봉만 해도 이랜드 제시액 보다 수원FC가 더 높았다. 수원FC는 김 감독을 데뷔시켜준 은인 같은 팀이었다. 특히 최 단장이 마음에 걸렸다. 김호곤 단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떠나고, 최 단장이 새롭게 오며 김 감독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김 감독과 최 단장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일화가 있다. 김 감독은 시즌 막바지 최 단장을 찾아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일임했다. 잔류시키겠다는 책임감과 자신감이 있었지만, 경질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성적에, 김 감독은 먼저 거취 이야기를 꺼냈다. 최 단장은 김 감독에게 신뢰를 보냈고, 결과적으로 김 감독은 1부 잔류로 보답했다.
잔류 후 내내 고민을 이어가던 김 감독은 수원FC와 자신 모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감독은 "지난 2019년 프로팀 감독을 제의해 주며 4년간 구단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고, 올 시즌 힘든 상황을 맞았던 구단에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며 "이에 K리그1에서 4년째를 맞이하는 구단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해 감독직을 물러나려 한다"고 전했다. 김 감독 스스로도 더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이랜드에서 더 큰 도약을 꿈꾸기로 했다.
이랜드는 김 감독을 품는데 성공했다. 특별한 색깔이 없었던 이랜드는 수원FC에서 보여준 김 감독의 공격축구가 뿌리내리길 원하고 있다. 역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승격이다. 이랜드가 승격 경험이 있는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김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김 감독도 부임 초기에 승격하지 못할 경우, 쉽지 않다며 계약기간을 직접 줄일 정도로 승격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