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오디토리움(삼성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이 상을 받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네요."
울컥한 속내를 애써 가다듬는 모습이 역력했다. 데뷔 14년만에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NC 다이노스 박건우가 2009년 데뷔 이래 첫 골든글러브를 품었다. 박건우는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3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LG 홍창기, 삼성 구자욱과 함께 외야수 부문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박건우는 총 291표 중 139표로 47.8%의 지지를 받았다.
올시즌 박건우는 130경기에 출전, 타율 3할1푼9리 12홈런 8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77의 호성적을 거뒀다. 올해 타격 7위, 타점 9위에도 이름을 올렸고, KBO 수비상 투표에서도 우익수 부문 공동 2위(73.21점)에 빛나는 공수 만능의 외야수다.
통산 성적을 살펴봐도 1167경기에 출전, 3000타석 이상 출전한 현역 선수 중 통산 타율 2위(3할2푼6리), 출루율 6위(3할9푼1리), OPS 9위(0.878)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좀처럼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했다. 5년 연속(2018~2022년) 수상자였던 이정후(키움)를 비롯해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들, 그리고 뛰어난 외인 타자들이 포진한 포지션이기 때문.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2016년에는 6위에 그쳤고, 2017년에는 타격 2위(3할6푼6리) 최다안타 6위(177개) 도루 5위(20개) 등의 호성적을 올렸지만 역시 5위에 머물렀다. 2019년에도 멜 로하스 주니어(KT)에 막혀 4위였다.
올해도 에레디아(SSG) 소크라테스(KIA) 등 외인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박건우가 마침내 골든글러브에 키스하는 해가 됐다.
행사전 만난 박건우는 "30% 정도 기대하고 왔다. 그럼 못받아도 상처가 좀 덜하지 않을까. 2017년에 더 크게 기대했는데 그때 못 받아서 그냥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너무 좋은 자리다. 즐기러 왔다"면서 "골든글러브는 야구선수로서의 목표였다. 부모님 뵈러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어코 꿈꿔왔던 영광을 차지했다. 박건우는 진행자가 '박민우'라고 외쳐 다소 어리둥절한 얼굴로 무대에 올랐다.
박건우는 김택진 구단주를 시작으로 구단 관계자와 강인권 감독에게 감사를 표한 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부모님께서 항상 제 뒷바라지를 해주셨다. 남은 야구인생을 부모님을 위해 하고 싶다.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강조했다.
코엑스 오디토리움(삼성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