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롯데가 날 뽑아주셔서 솔직히 뿌듯했다."
'형만한 아우 없다' 롯데 자이언츠 최항(29)에게 이보다 아픈 말이 있을까.
7살 위의 형 최정(SSG 랜더스)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리빙 레전드다. 홈런 2위(457개, 1위 이승엽) 타점 3위(1454개, 1위 최형우) 득점, 사구 1위 등 각종 통산 기록의 소유자다.
유신고부터 2012년 SK 와이번스 입단(8라운드 전체 70번)까지, 형의 발자취를 충실하게 밟아온 그다. 하지만 고교시절부터 투타 최고의 선수였고, 프로 데뷔 첫해부터 '소년 장사' 타이틀을 달고 승승장구한 형과 달리 처음에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다.
병역 의무를 마친 2016년 퓨처스에서 타율 3할5푼4리 OPS(출루율+장타율) 0.963을 기록하며 만만찮은 잠재력을 뽐냈다. 2017년에는 1군에서도 테이블세터 겸 주포지션인 1루 뿐 아니라 2-3루까지 커버하는 유틸리티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주루 과정에서 어깨 탈골 부상을 당해 시즌아웃됐다. 이후에도 가능성을 꾸준히 주목받았지만, 2020년 또한번 어깨 부상으로 시즌아웃되는 불운이 뒤따랐다.
최항은 올해 2차 드래프트에서 롯데의 지명을 받아 프로 데뷔 12년만에 형과 다른 팀에서 뛰게 됐다. 그는 "혼란스럽진 않고, 롯데가 날 선택해줘서 뿌듯하고 감사하다. 제 야구인생에 큰 변화, 어떤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1994년생인 최항은 더이상 어리지 않다. 거듭된 부상의 아픔도 겪었다. 최항은 "사실 처음에는 형이 있어서 든든했다. 하지만 이젠 나도 나이가 찼다. 그런 마음보단 내가 해야할 일에만 집중하게 되더라"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주전이든 백업이든, 내 역할을 갖고 싶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롯데 이적에 대해)형이 나보다 더 좋아했다. '새로운 팀에서 한번 잘해보라'라고 진심으로 당부했다. 동생이니까, 걱정과 응원을 해줬다."
롯데는 FA로 떠난 안치홍의 빈자리를 메우고, 선수단 뎁스를 키우기 위해 최항을 지명했다. 이제 최항은 박승욱 고승민 이학주 오선진 김민수 정대선 등 선후배들과 2루 주전 자리부터 내야 유틸리티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한다.
강력한 경쟁자 박승욱과는 SK 입단 동기로 절친한 사이다. 최항도 '롯데 지명' 이야기를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이 박승욱이었다. 제일 먼저 전화준 사람도 박승욱이라고. 최항은 "사실 낯선 환경이긴 하다. (박)승욱이 형이 여러 사람 인사도 시켜주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했다.
"사실 우리팀에선 동갑내기가 별로 없었다. 나중에 온 강진성 정도였는데, 롯데에는 김원중, 한현희가 있더라. 롯데 오기전에 안면은 없었지만, 친해지고 싶다."
다만 최항이 이적을 예상치 못했던 것은 분명하다. 그는 "최근에 집을 계약했는데…"라며 난감한 속내도 내비쳤다. 최항은 2021년말 동갑내기 아내와 결혼했다. 이미 계약한 거라 취소도 안 된다고. 하지만 최항은 "저 혼자 먼저 내려와도 되는 거고, 야구 잘하는 가장 중요하다"며 웃었다.
"사실 부산을 정말 좋아한다. 롯데에 오게 되서 기쁘고 설렌다. 내가 어느 위치에 서겠다 같은 목표보다는, 어디에 있든 누구에게나 모범이 될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