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LG가 우승해서 너무 축하드리지만…."
두산 베어스 양의지는 최근 한 시상식에서 '수비상'을 수상했다. 그는 단언컨대 리그 최고의 포수다. 몸값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는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최고 몸값을 기록한 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1년전 NC 다이노스를 떠나 다시 친정팀 두산으로 복귀할 당시 4+2년 최대 152억원으로 '역대 최고액' 신기록을 썼다.
이제 30대 중반이지만 양의지는 두산 복귀 이후 한 시즌간 변함 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올해 신설된 KBO 수비상 포수 부문 초대 수상자이자 두산의 중심 타자로 공수 핵심 역할을 잘해냈다.
하지만 최고의 대우를 받는 리그 최고의 베테랑 포수로서, 개인 성적은 이제 두번째 문제다. 팀 성적이 마냥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두산은 이승엽 감독 첫 시즌이었던 올해 정규 시즌을 5위로 마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경기만에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크게 이기고 있다가 후반 불펜이 무너지면서 졌기에 그 충격이 더 컸다. 안방을 지키고 있던 양의지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특히나 상대팀이 지난해까지 자신이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NC였기 때문이다.
두산은 올해 양의지를 잡고, 일본 무대 도전을 마치고 컴백한 라울 알칸타라가 '에이스'로 군림했지만 더 높은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다.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중반 창단 최다인 11연승을 기록하는 등 '더 높은 곳'에 대한 희망을 썼다가 막판 뒷심 발휘가 아쉬웠다.
양의지는 수비상을 수상한 후 "LG 트윈스가 우승해서 너무 축하드리지만, 옆집이기 때문에 TV를 보면서 불타올랐다. 내년을 위해서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내년에 저 혼자 뿐만 아니라 두산 전체가 하나가 돼서 우리 이승엽 감독님 감독상 한번 받을 수 있게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소감으로 박수를 받았다.
하필 올해 잠실구장을 함께 홈 구장으로 사용하는 LG가 29년만의 감격적인 우승을 하면서 두산의 마지막은 더욱 머쓱했다. 물론 두산이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때는 LG가 반대 입장이었지만, 오히려 밥 먹듯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던 팀이 올해는 한지붕 두가족의 우승 행사를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이 되니 더 느낀 점들이 있었다. 양의지 역시 무언가를 느낀 것이다.
양의지가 포부로 밝힌 이승엽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겨주겠다는 뜻은 '우승 감독'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이야기다. 감독으로 두번째 시즌을 맞는 이승엽 감독 역시 마무리캠프부터 지난해와 또 다른 각오로 칼을 갈고 있다.
리그 최고 포수의 다짐. 2024시즌 두산이 다시 정상에 올라설 수 있을까. 동시에 내년 LG와 두산의 경쟁 구도 역시 더욱 흥미로워진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