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KB손해보험이 출구없는 터널에 갇힌 모양새다. 12연패의 늪에 빠졌다.
KB손해보험은 2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시즌 V리그 3라운드 한국전력전에서 세트스코어 0대3(19-25, 15-25, 24-26)으로 셧아웃 완패했다.
이로써 시즌 첫 경기였던 10월 17일 한국전력전 승리 이후 12연패다. 홈개막전이었던 10월 21일 의정부 우리카드전 패배 이후 시작된 연패 행진이 42일째 이어졌다. 승점 7점(1승12패)는 단연 리그 최하위의 성적이다.
팀 역대 최다연패(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기준)와도 타이를 이뤘다. 2019~2020시즌 이후 4시즌만이다. 당시 12연패 째가 2020년 11월30일이었으니, 1096일만에 다시금 같은 굴욕을 맛본 셈이다.
경기전 후인정 KB손보 감독은 "경기력은 괜찮은데 이기질 못하면 의미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황경민의 부상 이탈 공백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미들블로커 역시 나경복의 보상선수로 빠진 박진우의 빈 자리를 좀처럼 메우지 못하고 있다.
비예나 혼자 분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후 감독은 "비예나의 사기를 올려줘야한다"면서 주장이자 리베로인 정민수, 그리고 세터 황승빈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경기가 안 풀리다보니 황승빈의 마음이 너무 급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타이스-서재덕-임성진-신영석으로 이어지는 한국전력의 강서브에 KB손보 리시브라인이 고전을 면치 못했고, 2단 연결 등 수비 조직력도 흔들렸다. 마음이 급한 황승빈의 패스 타이밍은 동료들과 어긋났고, 오버넷 등 범실도 잇따라 나왔다.
반면 한국전력은 이날 승리로 6연승을 내달렸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의 '단벌신사' 생활도, 선수들의 합숙도 계속 연장되고 있다.
KB손보는 1세트 초반 홍상혁의 서브에이스와 리우훙민의 연속 득점을 앞세워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베테랑들이 가득한 한국전력은 침착하게 반격했다. 리베로 료헤이의 안정감은 여전했고, 타이스의 불꽃 같은 스파이크가 터지기 시작했다. KB손보는 12-16으로 리드를 내줬고, 막판 리우훙민의 범실과 신영석의 서브에이스가 이어지며 첫 세트를 내줬다.
2세트는 한층 더 압도적인 패배였다. KB손보는 비예나가 타이스, 홍상혁이 신영석에게 각각 가로막히며 2세트를 시작했다.
특히 3-3에서 리우훙민의 다이렉트킬을 료헤이가 디그해낸데 이어 임성진이 슈퍼세이브를 해낸 장면은 양팀의 분위기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결국 이 랠리는 비예나의 범실로 끝났다.
부담이 커진 비예나는 잇따라 범실이 나온 반면, 한국전력은 임성진을 비롯한 국내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보였다. KB손보는 삽시간에 9-17, 12-20으로 밀린 끝에 10점차의 완패를 당했다.
심기일전한 KB손보는 3세트 중반까지 11-11로 대등하게 맞섰다. 14-12, 18-16으로 리드를 잡기도 했다.
하지만 고비 때마다 서브 범실이 나오며 흐름을 끊었고, 한국전력의 해결사 타이스를 좀처럼 막지 못했다. 깜짝 카드 김동영까지 불을 뿜었다.
이제 완연한 토종 에이스로 거듭난 임성진의 공수 활약도 빛났다. 임성진은 20점 이후에만 3득점(공격 2 블록 1)을 해내며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KB손보는 끈질기게 24-24 듀스를 만들었지만, 결국 임성진과 타이스의 득점으로 3세트마저 내줬다. 12연패라는 현실에 직면했다.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