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자고로 첫사랑의 기억은 구질구질한 모습은 삭제되고 아름다운 모습만 남겨진 조작되는 맛이다. 사랑의 열병을 호되게 앓은 이들일수록 혼자에 대한 열망은 커지는 법. 혼밥, 혼술, 혼영 등 혼자가 대세인 상실의 시대, '혼자가 아닌 사람 모두 유죄'를 외치고 있는 이 시대 비혼주의자들에게 꼭 필요한 플러팅 처방전이 등장했다.
지난 14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로맨스 영화 '싱글 인 서울'(박범수 감독, 디씨지플러스·명필름 제작)은 혼자가 좋은 파워 인플루언서와 혼자는 싫은 출판사 편집장이 싱글 라이프에 관한 책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이 시대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한 현실 로맨스로 늦가을 스크린을 정조준했다.
'싱글 인 서울'에서 영호(이동욱)는 논술 강사이자 파워 인플루언서이면서 작가를 꿈꾸는 남자다. 여러 직업을 소화하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을 위한 시간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혼밥을 즐기고 취미로 출사도 게을리하지 않으며 남 부럽지 않은 싱글 라이프를 만끽하고 있다. 반면 현진(임수정)은 영호와 다르다. 출판사 동네북의 베테랑 편집장으로서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자랑하지만 혼자임을 사무쳐한다. 사소한 친절에도 썸으로 착각, 시도 때도 없이 그린라이트를 켜며 외로이 직진한다.
혼자가 좋은 남자와 혼자가 싫은 여자는 처음에는 서로의 다른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느덧 서로에게 시나브로 젖어 변화를 맞는다. '혼자라서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만났다가 '혼자라도 좋은 책', 바로 '싱글 인 서울'로 완성이 된다.
그간 '풍선껌' '도깨비' 등 로맨스 드라마에서 두각을 낸 이동욱이 2021년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영화 '해피 뉴 이어' 이후 오랜만의 스크린 컴백작으로 눈길을 끈다.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깊은 눈빛으로 영호에 완벽히 밀착, 로맨스에 최적화된 배우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로맨스 인생작인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부터 영화 '김종욱 찾기' '내 아내의 모든 것'까지 남다른 로맨스 열연을 펼친 임수정도 2017년 개봉한 '더 테이블' 이후 6년 만에 로맨스 장르로 돌아와 눈길을 끈다. 한때 '미사 폐인'을 양성할 정도로 로맨스 연기의 끝을 보인 임수정은 더욱 깊고 진한 현진의 로맨스 연기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명불허전, 대체 불가한 특유의 러블리함으로 '싱글 인 서울'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2019년 방영된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당시 오래전 헤어진 과거의 연인으로 짤막하게 등장해 아쉬움을 남긴 이동욱과 임수정은 '싱글 인 서울'을 통해 제대로 판을 깐 로맨스를 펼쳐 팬들의 만족감을 높인다. 이동욱과 임수정 외에도 존재감 제로의 출판사 대표인 진표 역의 장현성, 현진의 일방적인 연애 고민 상담으로 머리가 아픈 책방 주인 경아 역의 김지영, 출판사 업무만큼이나 주변에 관심 많은 싱글 윤정 역의 이미도, 눈치 제로 출판사 막내 병수 역의 이상이, 회식에 진심인 디자이너 예리 역의 지이수까지 비중은 작지만 적재적소 웃음을 투척하며 재를 더한다.
'싱글 인 서울'의 최대 미덕은 극대화된 현실 반영 로맨스라는 지점이다. '접속' '시라노; 연애조작단' '건축학개론' 등을 통해 국내 대표 로맨스 장르 명가로 등극한 명필름이 만든 새 로맨스 영화인 '싱글 인 서울'은 그동안 명필름이 선보였던 담백한 로맨스 색깔을 그대로 이어 나간 형식으로 부담이 없다. 웹툰, 소설에서나 볼 법한 현실감 제로, 판타지 범벅 로맨스가 아닌 내 주변에서 있을법한, 땅에 발을 붙인 현실 고증 로맨스로 공감을 자아낸다. '건축학개론'의 성장판이자 늦가을에 딱 어울리는 제철 맞은 '싱글 인 서울'. 진짜 '으른'의 사랑을 보여준다.
'싱글 인 서울'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