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LG 트윈스를 응원하던 '엘린이'가 7670일만의 한국시리즈 첫승을 이끌었다.
고우석은 8일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5-4로 앞선 9회말 등판, 팀 승리를 지켜냈다. LG로선 2002년 11월 8일 이후 무려 21년만의 한국시리즈 승리다.
고우석은 벌써 프로 7년차 마무리투수다. 정규시즌에서만 통산 139세이브를 올렸다. 통산 30세이브를 넘긴 시즌만 3번(2019 2021 2022)이다.
지난해 4승2패42세이브를 기록하며 구원왕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올시즌은 부진했다. 무려 8패를 당했고, 15세이브에 그쳤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2 동점으로 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랐지만, KT 문상철에게 결승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염경엽 LG 감독의 신뢰는 계속됐고, 2차전에선 보답했다. 염 감독은 "고우석이 우리 마무리 자리를 지켜줘야 목표(우승)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 "어젠 공이 조금 날리는 부분이 있었다. 오늘 직구를 잡아내는 포인트에 대해 스탭들과 이야기한 결과를 전달해줬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경기 후 만난 고우석도 고무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이틀 연속 경기라 그런지 감각이 괜찮았다. 어제는 잊고 오늘에 집중했다. 조금 힘을 빼고, (박)동동원이형 미트만 보고 던졌다"고 했다. 이어 "2019년부터 가을야구에서 계속 실패했다. 그 경험이 도움이 됐다"며 비로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막았을 때보다 동원이형 홈런 쳤을 때 기분이 더 좋았다"는 너스레도 떨었다. '너무 많이, 세게 맞아서 눈물이 났다'는 박동원의 말에 "나도 때렸어야하는데 몸푸느라 못때려서 아쉽다"며 거들었다.
박동원은 "어제도 잘 던졌는데, 커브 하나가 실투가 됐을 뿐"이라며 "대한민국에 이런 마무리투수 없다. 잘 던질거라고 믿었다"며 힘을 실어줬다. 이어 "LG 팬들이 상대팀보다 티케팅을 잘하는 것 같다. 관중석에 유광잠바와 노란수건이 너무 많다. 2만명과 힘을 합쳐서 싸우는 느낌"이라며 벅차게 회상했다. 고우석의 마음은 한층 더 뜨거웠다.
"어제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 팬들이 1구1구 던질 때마다 내 이름을 연호했다. 내가 이 팀에 속해있다는게 기뻤다. 한국시리즈는 처음이다. 나는 이 경기를 하기 위해 야구를 해왔다는 느낌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던지겠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