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처음에는 팀에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내가 없어도 잘하더라. 이젠 미안해하기보단 응원하기로 했다."
플레이오프 5차전이 열리는 수원KT위즈파크에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시즌아웃 후 재활에 전념해온 소형준(22)이다.
데뷔 첫해 13승6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며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3년간 통산 77경기(선발 75)에 등판, 434⅓이닝을 소화하며 33승19패를 기록했다.
올시즌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통해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다. 막상 정규시즌에선 첫 경기만에 전완근 통증으로 이탈했고, 한달간 휴식 후 2경기에 선발등판했다가 다시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결국 5월 11일 오른쪽 팔꿈치 인대파열 진단을 받았고, 토미존 수술(팔꿈치 내측인대 재건수술)로 이탈했다.
긴 재활의 기다림 시간을 보냈다. 이날도 훈련차 수원KT위즈파크를 찾았다. 소형준은 '피부가 좋아졌다'는 말에 "햇빛을 안봐서"라며 웃었다. 근황에 대해서는 "재활하고 먹고 자고의 반복"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플레이오프 경기는 집에서 TV로 지켜봤다고. 소형준은 "던지고 싶다. 야구장에서 느꼈던 열기가 그립다"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1,2차전은 오래 쉬었으니까 질수 있고, 3~5차전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데뷔 이래 탄탄대로를 달려온 그에게 있어 더그아웃 밖에서 지내는 포스트시즌은 처음이다. 소형준은 "던지고 싶다는 마음밖에 안 든다. 그런데 우리팀, 내가 없어도 너무 잘하더라. 지금은 미안함보단 응원하는 마음이 더 크다"며 웃었다.
유신고 후배인 박영현에 대해서는 "실전을 통해 정말 많이 성장했다. 멘털 면이나 이런 걸 내가 조언하는게 아니라 받아야되는 입장"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사흘 휴식 후 호투한 팀동료 쿠에바스에 대해서는 "정말 대단하다. 멋지다"고 평했다. 이어 "1차전 전에 같이 운동하면서 '힘이 너무 들어가는 것 같다. 네가 필요하다' 그런 얘기도 했는데…4차전 보면서 2년전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크) 생각이 났다."
토미존 수술을 받은 투수들은 대체로 6개월 뒤부터 조금씩 공을 만지고, 던지기 시작하다. 소형준도 마찬가지다.
"다음주 5m로 시작한다. 2월까지 한국에서 25m 롱토스까지 할 수 있게 되면 재활 캠프를 갈 예정이다. 복귀전은 빠르면 내년 6월, 늦으면 7월이 목표다. 이제 공을 던지기 시작하는 단계니까, 좀 던져봐야 알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제대로 쉴 시간이 없었으니까, 이참에 책도 읽고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한다. 처음엔 조급했는데, 어차피 한번 거쳐가야할 일이 조금 빨리 왔을 뿐이다. 앞으로 아프지 않게 준비하는 시간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