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준플레이오프를 창원 숙소에서 몰래 봤어요.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고 떠나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처음으로 푸른색이 아닌 붉은색 유니폼을 입는다. 손시헌이 SSG 랜더스 퓨처스 신임 감독으로 선임됐다. 현역 시절에도 손시헌은 성실하고 리더십이 있고, 인품과 성품이 좋은 선수로 평가 받았다.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에서 주장을 맡았고, 은퇴 후에는 지도자로 변신했다.
그에게 NC는 각별한 팀이다. NC가 신생팀이던 시절, 이호준, 이종욱과 함께 팀의 중심을 잡았던 베테랑 선수가 바로 손시헌이었다. 은퇴도 NC에서 했고, 지도자 생활의 시작도 NC에서 했다. 지난 2년간 미국에서 연수를 하면서 육성 시스템을 공부했고, 공부하는 시간이 다 끝난 시점에서 SSG 구단의 연락을 받았다. 2군 감독을 맡아달라는 제안이었다.
처음에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깜짝 놀랐다. 손시헌은 "저를요? 왜 저를?" 이라고 몇번 되물을 정도였다. SK 와이번스, SSG 랜더스와의 접점이나 인연도 없었고, 연수가 끝나면 다시 NC로 돌아갈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처음 에이전시를 통해 SSG의 제안을 받았을 때도 손시헌은 "어떤 제안인가요. 제가 NC 구단과 걸려있는 제약이 있어서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고 답을 했었다. 하지만 다시 '2군 감독 제안'이라는 답이 왔고, 고민 끝에 NC 구단과 논의에 나섰다.
손시헌은 "당연히 NC 구단과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제안이 왔는데 구단의 생각이 어떤지 여쭤보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구단에서 시원하게 답해주셨다. NC에서 '감독 제안이라면 축하해주면서 보내야 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시원하게 답해주셨고, 그 이야기를 듣고 미국에서 한국에 들어가는 비행기를 타고 들어와서 NC 구단 사무실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은 아직 미국에 남아있고, 혼자서 한국에 들어와 가장 먼저 NC 관계자들과 만났다.
창원 NC파크를 찾았는데, 공교롭게도 그때가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시리즈가 펼쳐지는 날이었다. 손시헌은 "구단에 조심스럽고 정중하게 말씀드렸는데, 제가 한국에 도착해서 구단 사무실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논의가 끝나있더라. 구단에서 풀어야할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고, 저도 당연히 동의했다. 오히려 구단 관계자분들 모두 응원해주시고 포옹하면서 떠나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NC파크를 찾았지만, 혹시나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야구장에서 경기를 지켜보지는 못했다. 창원의 숙소에서 텔레비전으로 중계 화면을 봤고, NC는 준플레이오프에서 3연승을 거두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소식을 들은 김택진 NC 구단주도 손시헌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김택진 구단주는 "너무 좋은 기회다. 나중에 꼭 훌륭한 지도자가 돼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축하했다. 손시헌은 그렇게 뭉클함과 고마움을 안고 강화로 떠났다.
이제 손시헌 신임 감독이다. 손 감독은 1일 곧장 SSG 2군이 위치해 있는 강화 퓨처스파크를 찾아 하루 묵으면서 선수단과 상견례를 했다. 2일 오전부터 코치진과 회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워낙 각별한 팀이었던만큼 NC팬들에게 감사와 고마움의 인사를 하고싶다고 이야기했다. NC를 떠나는 과정에서 오해도 있었고, 비판을 받은 것 역시 알고 있다. 또 팬들의 반응도 이해한다. 다만, 손시헌 감독은 "선수 손시헌, 코치 손시헌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주셨던 NC팬분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저의 가치를 알아주고 크게 품어주셨던 NC 구단과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NC 팬들의 응원과 구단이 베풀어주신 배려 늘 기억하겠다"면서 "NC에서 쌓은 코치 경험과 미국에서의 연수 경험을 통해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NC 팬분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싶다. 지금까지 받은 응원 잊지 않고 늘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전했다. 문자 메시지로 전한 내용이지만, 그가 직접 NC팬들과 NC 구단에 남긴 감사 편지이기도 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