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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활약 펼친 '미들블로커 경력 3개월' 흥국생명 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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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전 미들블로커로 교체 출전해 블로킹 2개 포함 8득점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이주아의 손가락, 김채연의 팔꿈치 부상으로 코트 가운데 '구멍'이 뚫린 여자배구 흥국생명에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미들블로커가 등장했다.
이번 시즌 아시아쿼터로 입단한 레이나 도코쿠(일본·등록명 레이나)가 그 주인공이다.
신장 177㎝로 원래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로 뛰는 레이나는 지난달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전에서 1세트 막판 김나희를 대신해 미들블로커 자리에 들어갔다.
활약상은 기대 이상이었다.
미들블로커로는 큰 키가 아니지만, 탁월한 운동 능력을 앞세워 블로킹 2개를 잡아내며 8득점으로 세트 점수 3-0 완승에 힘을 보탰다.
공격 성공률도 75%로 준수했다.
익숙하지 않은 자리라 속공과 이동 공격 등 미들블로커가 주로 시도하는 공격은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합격점을 줬다.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 후 "레이나를 미들블로커로 내보낸 건 준비했던 부분이다. 아직 잠재력을 완전히 보여주려면 시간이 걸릴 듯해도, 중요한 순간 블로킹 2개를 잡고 공격 성공률도 높았다"고 호평했다.
이어 "이주아는 복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김채연은 좀 더 걸릴 듯하다. 그전까지 레이나를 (미들블로커로)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개막 이후 주로 '웜업존'을 달구다가 이날 GS칼텍스전에서 한 경기 개인 최다 득점을 한 레이나는 경기 후 "선발로 출전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감독님이 제게 요구한 건 팀에 부족한 자리를 채워달라는 것이었다. 미들블로커로 들어가서 놀랐어도 팀에 도움이 돼서 기쁘다"고 했다.
1999년생인 레이나는 일본리그 덴소 에어리비즈에서 뛰다가 지난해는 핀란드 리그에서 1년 활약했다.
프로 무대에서 미들블로커로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레이나는 "고등학교 때 미들블로커를 3개월 정도 해본 게 전부"라고 했다.

레이나의 깜짝 활약에 김연경도 엄지를 세웠다.
김연경은 레이나가 2세트 듀스 접전에서 블로킹으로 세트에 마침표를 찍자 레이나와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눴다.
김연경은 "레이나는 공격력과 점프력이 정말 좋다. 앞으로 더 좋은 공격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점점 좋아지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레이나는 흥국생명 입단 때부터 김연경이 우상이라고 말해왔다.
김연경은 과거 일본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쳤고, 이를 발판 삼아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아직은 김연경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어도 레이나는 우상과 함께 뛰는 이 순간이 감격스럽기만 하다.
레이나는 "김연경 선배한테 '긴장 안 해도 된다'는 말을 주로 듣고 있다"며 웃었다.
4bu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