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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전 BK 소환' ARI 마무리의 실투, 3구 삼진 후 151㎞ 직구 딱 치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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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누가 봐도 실투다. 그리고 10년 3억2500만달러짜리 슈퍼스타는 놓치지 않았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월드시리즈 1차전 승리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코리 시거다.

시거는 3-5로 뒤져 패색이 짙던 9회말 1사 1루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마무리 폴 시월드의 초구를 받아쳐 동점 투런홈런을 터뜨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애리조나는 선발 잭 갈렌이 5이닝을 4안타 3실점으로 막는 역투를 펼친 덕분에 5-3의 리드를 안고 6회부터 불펜진을 가동할 수 있었다. 6회 라이언 톰슨, 7회 조 맨티플라이, 8회 케빈 긴클이 각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2점차 리드가 9회까지 이어졌다. 애리조나 벤치의 9회 선택은 당연히 클로저인 시월드.

하지만 시월드는 선두타자 레오디 타베라스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감을 내보였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볼 4개를 연속해서 던진 것이다. 코너워크를 한다는 것이 조금씩 존을 벗어났다. 그런데 시월드는 다음 타자 마커스 시미엔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안정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시거는 달랐다. 시월드의 초구 93.6마일(약 151㎞) 포심 직구가 몸쪽 높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날아들자 그대로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투런 아치로 연결했다.

발사각 33도에 112.6마일의 속도로 우측 외야석을 날아가던 타구는 비거리 418피트 지점에 꽂혔다. 텍사스 더그아웃과 홈팬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브루스 보치 텍사스 감독도 포효했다. 시거의 이번 포스트시즌 4번째이자 통산 17번째 홈런.

시거는 이날 6차례 타석에 들어가 볼넷 2개를 얻어내며 끈질긴 승부를 보여줬다. 9회 홈런을 터뜨리기 전까지 안타가 없었다. 하지만 시거는 앞서 ALCS 7차전까지 이번 포스트시즌 12경기에서 타율 0.333에 3홈런을 터뜨리며 괜찮은 타격감을 이어왔다.

앞 타자 시미엔과의 대결에서 가볍게 3구 삼진을 잡은 시월드로서는 시거에게도 승부욕을 불태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이 높았다. 시거가 좋아하는 코스로 공이 날아들었다.

결국 애리조나는 연장 11회말 1사후 등판한 우완 미구엘 카스트로가 아돌리스 가르시아에게 96.7마일 싱커를 한가운데로 밀어넣다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끝내기 솔로포를 내줘 역전패로 1차전을 내줬다.

22년 전인 2001년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시월드의 소속팀 '대선배'격인 김병현이 9회말에 맞은 동점 홈런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애리조나 밥 브렌리 감독은 선발 커트 실링이 7회까지 1실점으로 잘 막고, 타선이 8회초 2득점해 3-1로 앞서자 8회말 마무리 김병현을 조기 투입했다. 김병현은 8회 3타자를 모조리 삼진처리하며 기세를 드높였다.

그러나 9회말 1사후 폴 오닐에게 좌전안타를 내준 뒤 버니 윌리엄스를 헛스윙 삼진을 잡은 김병현은 티노 마르티네스에게 초구 89마일 직구를 던지다 중월 동점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좌타자 마르티네스가 딱 치기 좋은 가운데 높이로 들어가는 실투였다.

브렌리 감독은 김병현을 바꾸지 않고 기회를 줬으나, 그는 연장 10회말 2사후 데릭 지터에게 풀카운트에서 우측으로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고 주저앉고 말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