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우와 선수분들 팔뚝 실화에요?" "어떻게 저렇게 잘 넣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중학교 1학년 1반 아이들이 눈빛이 반짝였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학생들 대부분이 휠체어 농구를 눈 앞에서 처음으로 접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막 끝날 무렵, 실내 체육관 울리는 '탕탕!' 농구공 드리블 소리에 하나 둘 모여든 학생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곧 시작될 수업시간에 만나게 될 코웨이 휠체어농구단 선수들의 연습 장면을 지켜봤다.
호기심이 경탄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처음 열린 '한국휠체어농구리그(KWBL)' 초대 챔피언인 코웨이 휠체어농구단 선수들의 '특급 플레이'가 펼쳐지자 십대 소년들의 눈망울이 휘둥그레 커졌다.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짧게 진행된 코웨이 휠체어 농구단 선수들의 연습경기는 그만큼 격렬하고 매력적이었다. 휠체어를 이용한 빠른 드리블과 방향전환, 의외로 격렬한 몸싸움과 유려한 포물선을 그린 정확한 슛까지. 아이들은 곧 진행될 특별 체육수업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휠체어농구가 이렇게 멋있고, 재미있다니!' 사대부중 1학년, 10분만에 팬이 되다
지난해 울산 전국장애인체전과 '2022 휠체어농구리그' 초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쥔 코웨이 휠체어농구단이 서울 사대부중을 방문했다. 임찬규 단장이 이끄는 코웨이 휠체어농구단은 지난해에도 서울 수서중학교를 찾아 재능기부 형식으로 '휠체어농구 체험수험'을 진행한 바 있다. 올해도 변함없이 '재능기부'가 이어졌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서울 사대부중 1학년 1반 체육수업을 코웨이 휠체어농구단이 진행하는 형식이었다. 여기에 더불어 염현선 특수교사가 맡은 '특수반 장애학생' 5명도 함께 수업에 참여했다.
김영무 감독과 일부 선수들이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 탓에 이날 수업은 임찬규 단장과 강희준 코치가 진두지휘했다. 미리 펼쳐진 코웨이 선수단의 실전 연습을 관전하면서 압도적인 농구 실력에 압도된 1학년 1반 학생들은 장난기 하나 없이 진지하게 수업에 임했다. 코웨이농구단 트레이너의 리드에 따라 간단한 준비체조로 몸을 푼 학생들은 조를 나눠 선수단이 직접 가져온 경기용 휠체어에 탑승했다.
대한민국 휠체어농구 1세대이자 1988년 서울 패럴림픽,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대표선수 출신인 임 단장이 중앙에서 학생들에게 휠체어농구의 룰과 휠체어 조작법 등을 가르쳤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다. 학생들은 진지하게 경청하던 모습과 달리 실제로 휠체어를 움직이면서 비로소 10대 청소년다운 활력으로 가득 차 올랐다.
일단은 휠체어 조작에 익숙해지 위해 릴레이 경주를 펼쳤다. "더 빨리 밀어. 따라잡힐라." 숨막히는 레이스가 펼쳐지자 체육관은 환호성으로 차올랐다. 휠체어 조작에 익숙치 않은 탓에 엉뚱한 곳으로 갈 때에는 폭소가 터져 나왔다.
이어 실전 경기가 펼쳐졌다. 아이들은 실제로 드리블을 하고 슛을 해보면서 더더욱 선수들의 위대함을 체감해나갔다. 이미 그 순간 '장애인'이라는 개념은 지워져 있었다.
▶생동감 넘치는 체험 수업, 통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지웠다
이날 수업에는 5명의 특수반 학생들이 참여해 비장애인 학생들과 함께 어우러져 수업을 진행했다. 사실 서울사대부중에서 특수반 학생들과 비장애반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수업하는 건 그리 낯선 일은 아니다. 특히 28일 열리는 서울대종합체육관에서 열리는 '모두의 운동회', 2023 서울림운동회에 참가를 결정하면서 부쩍 '함께 하는 활동'이 늘어났다.
특수반을 맡고 있는 염현선 선생님은 "원래 지난해 초대 대회 때도 참가하려고 했었는데, 학생이 부족해서 아쉽게 참여하지 못했었다"면서 "이번 2회 서울림에는 일찌감치 참여를 결정하고, 장애 학생들과 비장애 학생들을 함께 모아 운동을 해왔다. 그렇게 함께 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이 늘어났고, 그 결과 체력 증진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도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염 선생님은 내친김에 코웨이 휠체어농구단 특별 체험 수업도 추진했다.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더 많이 어울리고 소통할 수 있는 수업을 기대한 것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임찬규 코웨이휠체어농구단 단장은 "작년에도 진행해봤는데, 점점 학생들의 참여도와 호응도가 좋아지고 있어서 매우 긍정적이다. 사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 수업이 많이 부족한데, 이런 재능기부 수업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림 운동회를 통해 확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우리 사회는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그럴수록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소통하고 살아가야 한다. 오늘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 모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게 바로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서울림 대회 '단체 줄넘기' 종목에 특수반 장애학생들과 함께 출전하는 비장애 학생인 1학년 1반 김민준 군은 "특수반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우리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코웨이 휠체어 농구 선수들을 보니 못할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어요. 신체적인 불편함이나 편견들을 다 극복해내는 게 존경스러웠어요"라고 말했다.
서울 사대부중은 올해 '단체 줄넘기 부문'에 3명의 비장애인 학생(김예준, 배선규, 김민준)과 4명의 특수반 장애학생(김규현 최서우 조정윤 전지민)이 참가한다.
김태훈 사대부중 교감선생님은 "교실 수업도 중요하지만, 이런 체험 수업 한번이 어떻게 보면 더 큰 교육적 효과가 크다. 서로 몸을 부딪히며, 이해와 소통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특수반 학생들과 함께 하는 수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다 보면, 앞으로 성장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서울림 운동회도 마찬가지다. 함께 하는 운동회로 알고 있다. 모두가 다 즐겁게 지낼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림 운동회가 더 번창해 이해와 소통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