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끝이 아닌 시작이다.
스토브리그를 마친 KIA 타이거즈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시즌 종료 직전 포수 김태군(34)과 다년계약하면서 일찌감치 발걸음을 떼었다. 올 시즌 6위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과정 속에서 드러난 숙제를 풀어야 한다. 외국인 3인방의 거취와 전력 개편,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지명한 새 얼굴 및 기존 유망주 육성까지 다양한 과제가 놓여 있다.
그 중 '집토끼' 단속도 빼놓을 수 없다. '맏형' 최형우(40)와 '캡틴' 김선빈(34), 그리고 고종욱(34)이 곧 FA자격을 취득한다.
4년 총액 100억원 계약이 마무리 된 2020년 12월 KIA와 3년 총액 37억원에 계약했던 최형우는 올 시즌 121경기 3할2리(431타수 130안타) 17홈런 8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87을 기록했다. FA 2기 첫해 안과 질환 등이 겹치면서 타율 2할3푼3리(373타수 87안타) 12홈런 55타점, OPS 0.729에 그쳤으나 지난해 후반기부터 반등 조짐을 보였고, 결국 3할 타율 및 130안타, 4할 이상의 출루율과 장타율을 회복했다.
2019시즌을 마치고 KIA와 4년 총액 40억원에 계약했던 김선빈은 두 번째 FA 도전이다. 올 시즌 타율 3할2푼(419타수 134안타), 홈런 없이 48타점, OPS 0.739였다. FA계약 기간 통산 개인 성적이 타율 3할8리(1728타수 533안타) 9홈런 213타점, OPS 0.757이었다. 안치홍이 떠난 뒤 풀타임 2루수 역할 뿐만 아니라 지난해 김종국 감독 체제에 접어들면서 주장 역할까지 맡으면서 선수단을 이끌었다.
KIA에서 백업 롤을 맡아온 고종욱은 62경기 타율 2할8푼3리(106타수 30안타), OPS 0.752로 마친 지난 시즌 뒤 FA자격을 신청하지 않았다. 성적은 올해가 더 좋다. 114경기 타율 2할9푼5리(270타수 80안타) 3홈런 39타점, OPS 0.722다. 대타 및 대수비로 제 몫을 해냈다.
세 선수 모두 적지 않은 나이, 그러나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다.
최형우는 불혹에 접어들었음에도 중심 타선에서 제 몫을 했다. 찬스 상황에서 어김없이 해결사 노릇을 하면서 팀 공격을 이끌었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가 내놓은 wRC+(조정득점창출력)에서 최형우는 153.8로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125.7)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줬을 정도. KBO리그 기록을 집계하는 스포츠투아이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선 4.78로 리그 전체 10위, 팀내 1위였다.
30대 중반인 김선빈 역시 현시점에선 KIA 내야의 '대체 불가 자원'이다. 올 시즌 내내 발목 부상을 달고 뛰면서 지난해(140경기)보다 적은 119경기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팀 내에서 가장 존재감 있는 2루수 역할을 했다. 타선에선 하위 타선 연결고리 뿐만 아니라 나성범 최형우가 잇달아 시즌아웃 판정을 받은 뒤부턴 중심 타선에 배치되는 등 전방위 활약을 펼쳤다. 고종욱도 좌타 대타 요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면서 올 시즌 팀 5강 경쟁에 힘을 보탰다.
KIA는 김태군과의 계약 이전부터 '집토끼'인 세 선수와의 계약 문제에 공을 들였다. 실력 뿐만 아니라 그간 팀을 위해 헌신한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예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세 선수의 올 시즌 성적이 여전히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점이 계약 테이블에 어느 정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형우는 시즌 막판 쇄골 골절상 회복 기간이나 향후 긴 서비스타임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점, 김선빈 역시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고종욱도 이우성(29) 이창진(32) 등 다른 백업 자원들의 성장 속에서 입지를 장담하긴 쉽지 않다.
이번 FA시장은 소위 '대어급'이라 불릴 만한 선수를 찾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세 선수의 완벽한 대체자 역할을 할 만한 선수도 찾기 쉽지 않다. 현시점에선 변화 쪽에 무게를 두긴 어렵다. 다만 변화무쌍한 시장 상황이 어떤 흐름을 만들진 미지수다.
KIA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다년계약까지 바라보던 박동원을 허무하게 놓쳤다. 그 과정에 불미스런 일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KIA가 빨리 움직이지 못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KIA는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