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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액티브] 서울 주차확보율 100%는 숫자놀음…2배 돼야 주차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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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1대에 최소 2개의 주차장 수요 발생
차량은 출발지와 목적지가 따로 있기 때문
공영·공유 주차장 사업 확대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수지 인턴기자 = 서울시의 지난해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은 106.5%다. 차량 1대당 주차 구역 1개 이상 확보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서울시 곳곳에서는 매일 주차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이는 차량마다 출발지와 목적지가 따로 있어 최소 2곳의 주차 수요를 유발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서울시가 주차난을 해결하려면 주차장 확보율이 최소 200%는 돼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하지만 서울 구도심의 경우 주차장 확보율을 200%로 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 4일 자동차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는 오피스텔의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신고했다가 역풍을 맞은 네티즌이 글이 올라와 주차 대란을 실감케 했다. '불법주차 신고했다가 관리사무소 갔다 왔습니다'라는 글에서 작성자인 A씨는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발견하고 신고하기 위해 사진을 촬영했다가 경비원과 말다툼을 벌였다고 한다. 그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은 가구당 0.2대 정도만 주차할 수 있는 곳이었다.

불법 주차로 발생한 민원은 A씨 사례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서울시 불법주정차와 관련해 접수된 민원은 약 120만 건으로, 2018년 74만 건에 비해 약 61%나 증가했다. 장애인 주차 구역에 불법으로 주차하는 차주도 빈번하게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주차구역을 위반해 적발된 건수는 39만2923건이었다. 증가한 민원 건수에 반해 서울시의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은 매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2018년 102.6%에서 2021년 104.3%, 지난해엔 106.5%로 집계됐다.
신우재 서울디지털재단 책임연구원은 '서울시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한 주차장 이용 효율 향상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차량 1대는 출발지와 목적지를 가지고 있으므로 1대의 차량은 최소 2개의 주차장 수요를 발생시키므로 이상적인 최소 주차장 확보율은 200%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이창무 교수는 "아무래도 주차 공간이 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하다 보니까 불법 주차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대안적인 주차 공간을 더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시 자치구별로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에 큰 차이가 있다. 중구와 종로구의 경우 각각 75.8%, 88.8%로 차량 1대당 주차 구역 1개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반면 강북구의 경우 124.6%에 달한다. 26개의 자치구 중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이 100%가 되지 않는 곳은 5곳이다. 서울 전체를 놓고 보면 차보다 주차 구역이 더 많지만, 자치구별 편차로 인해 주차 공간이 더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주차난을 취재하기 위해 '2024년 자치구 공동주차장 보조금 지원사업'에 선정된 동대문구 용두동을 방문해 '골목길 주차난'의 실상을 확인해봤다.
용두동에는 노후 빌라가 밀집한 주택가가 있다. 평일 오후에 방문했음에도 골목은 이미 '만차' 수준이었다. 양방향 골목길은 물론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법한 골목에도 차가 주차돼 있었다. 장애인 주차 구역이 있는 11곳 중 3곳에서 불법 주차된 차량을 발견했다.
주민 김진곤(80) 씨는 "구청에서도 뭔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게 실질적으로 와닿진 않는다"며 "거동이 불편해 지팡이로 짚고 다니는데, 불법주차 된 차들이 너무 큰 걸림돌이 된다. 만약 주변에 불이 나면 소방차가 어떻게 진입할 수 있을지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취재 당시 주차로 인해 주민들끼리 갈등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빌딩 거주자가 아닐 시 주차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었음에도 주변에 차를 댈 곳이 없던 C씨가 해당 빌딩에 주차했고, 이를 발견한 집주인이 차량 앞 유리에 잘 제거되지 않는 경고 스티커를 부착한 것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주차와 관련되어 주민들끼리 싸우는 경우가 정말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불법 주차와 관련된 민원이 일평균 150건 정도 접수된다. 민원이 접수되면 현장에 직접 나가서 조처하는데데, 골목 주차 문제는 처리하기 정말 어렵다"며 "단속하면 '몇십년 동안 주차해왔는데, 왜 지금은 안 되는 거냐'고 적반하장으로 따지는 분들이 많다. 민원인과 차주 사이에서 조율해야 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현실적으로 주차장 확보율을 200%까지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부지가 제한되어 있고, 주차장을 만들기 위한 예산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구도심에 위치한 주택가의 주차장 확보율을 200%까지 늘리는 건 여러 한정된 부분이 있기에 매우 어렵다"며 "그런데도 최대한 주차장을 확보하기 위해 공영 주차장 운영이나 공유 주차장 사업 등을 확대하고 있고, 자투리 주차장과 같은 소규모 주차장도 운영하는 등 주차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함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각 자치구는 주차장 확보율을 높이기 위해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주차장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광진구의 경우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와 협약을 맺고 한전 소유의 개발 예정 유휴지에 총 187면 규모의 임시 공영주차장을 조성했다. 성동구는 성수동의 학교, 교회 등 주요 시설들의 주차 공간 공유사업을 추진했다. 야간이나 주말에 비는 유휴 주차 공간을 주민들과 공유하는 사업이다. 약 301면의 부설 주차장이 새로 생겼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한전의 부지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유휴부지가 거의 없다"며 "부지 주변 주민들이 주차로 고통받는 것을 구청 차원에서 인지하고 있었고,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주차장을 만들자고 해서 유휴부지 주차장을 임시로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차를 구매하기 전부터 주차 문제를 고민해보게 하는 '차고지 증명제'도 있다. 일본에서는 차고지 증명제를 통해 쾌적한 주차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차고지증명제란 자동차 소유자에게 차량 보관 장소 확보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이런 제도가 2007년부터 제주도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부터 전 차종에 차고지 증명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차고지증명제가 갖는 실효성이 낮다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주차라는 게 꼭 거주하는 곳에만 하는 건 아니지 않냐"며 "주거 공간에서는 주차 공간을 소유할 수 있겠지만, 주거 공간 외 목적지에서 주차 공간을 소유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주차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는 여러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교통실 관계자는 "주택가, 학교, 공원 지하 등 공공시설 공영주차장 건설 지원을 통해 자치구 실정에 맞는 주차장 건설을 지원하려고 하고 있다"며 "또한, 기존 주차장의 이용 효율화를 위해 학교나 아파트와 같은 부설주차장 개방 사업과 비어 있는 거주자우선주차장의 공유사업 활성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charcoal61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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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