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상대팀으로서는 너가 우승한 것이 아쉬웠지만, 친구로서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기뻤어."
최근 열렸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대만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일격을 당하며 패했던 한국은 결승에서 다시 만난 대만을 완벽하게 꺾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갔다.
하지만 경기 결과와는 상관 없이, 오랜 우정으로 주목받은 선수들이 있다. 바로 한국 대표팀의 강백호(KT)와 대만 대표팀의 류즈롱(보스턴)이다.
류즈롱은 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더블A팀 소속의 유망주 투수다. 대만 정상급 유망주 중 한명이고,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필승조로 활약했다. 조별리그 한국전에서 대만이 승리를 할 때도 마지막 투수가 바로 류즈롱이었다.
강백호와 류즈롱은 청소년 대표팀에서부터 우정을 쌓아왔다. 국제 대회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됐고,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연락을 이어왔다고 강백호는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두 사람의 관계는 화제가 됐었다.
한국의 금메달, 대만의 은메달이 확정된 후 함께 사진을 찍고 진한 포옹을 나눴던 두사람이지만, 약 일주일이 지난 13일 류즈롱은 자신의 SNS 계정에 강백호와 아시안게임에서 함께 찍은 사진들과 한글로 쓴 편지글을 남겼다.
류즈롱은 "너도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걸 알게 됐을때 너무 기대됐어. 만나기 전에 이미 너가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언어가 안통해도 만날 때마다 너를 안아주면서 응원해주고 싶었어. 상대팀 팀원으로서(는) 너가 우승을 해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친구로서 경기 후 스트레스가 풀린 너의 모습을 보면서 기뻐했어"라며 진심이 담긴 글을 게시했다. 국제 대회에서의 부진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며 심리적 압박감이 컸던 강백호를 향한 위로와 축하 메시지다.
보스턴 산하 마이너팀에서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우는 류즈롱이 쓴 서툰 문법의 한글 편지는 승부를 떠난 우정의 여운을 더욱 짙게 만드는듯 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