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FA 오타니 쇼헤이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계약을 검토할 수 있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캐나다 유력 매체 스포츠넷 샤이 다비디 기자는 토론토가 와일드카드시리즈(WCS)에서 탈락한 후인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토론토에 오타니는 가장 큰 선물일 수 있다'면서 '업계에 흘러나오는 소문을 종합하면, 오타니가 최근 들어 동부지구 팀들에 좀더 열린 마음을 갖고 있으며 블루제이스의 선수 육성 시스템과 팬층을 제3국까지 넓힐 수 있는 캐나다라는 국가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잘 알려진대로 오타니는 서부지역을 선호한다. 2017년 12월 포스팅 절차를 밟아 LA 에이절스를 선택할 때 최종 후보에 올린 7개 구단 중 6곳이 서부지구 소속이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6년을 뛰면서 특정 지역 선호도가 크게 약화됐을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관측하고 있다.
측근들을 통해 "어느 지구 팀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러면서 뉴욕 메츠,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동부 및 중부지구 팀들이 오타니의 FA 계약과 관련해 거론되고 있다.
팬매체 제이스저널은 11일 이와 관련해 '만약 오타니가 동부지역에도 마음을 연 게 사실이라면, 그건 엄청난 게임 체인저가 아닐 수 없다. 토론토 스포츠팬들의 관심을 휘어잡는 일'이라고 해석했다.
물론 오타니의 팀 선택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전력이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이라야 오타니와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인절스는 그가 입단한 2018년 이후 올해까지 한 번도 승률 5할을 넘긴 적이 없다. 9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르지도 못했다. 30개팀 중 가을야구 갈증이 가장 깊은 팀이 에인절스다.
이런 팀에서 6시즌을 보낸 오타니의 마음은 어떨까. 그는 지난 여름 시애틀에서 열린 올스타전 행사에 참가해 가진 인터뷰에서 에이전트를 통해 "이기는 팀에서 뛰고 싶은 생각이 매년 강해지고 있다. 지는 건 정말 짜증나는 일(It sucks to lose)이다. 이기고 싶다. 매년 그런 감정이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토론토는 오타니에 매력이 있는 팀일까.
우승은 아니더라도 강호들이 몰린 AL 동부에서 매년 포스트시즌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는 받는다. 토론토는 최근 4년 동안 3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최근 3년 동안 승률은 0.560에 이른다. 비록 3차례 모두 WC로 올라가 WCS에서 무릎을 꿇어 조기 탈락했지만,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는 팀이라는 건 오타니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토론토가 이처럼 승률 5할 이상을 보장하는 팀으로 올라선 출발점이 류현진이라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토론토는 2019년 시즌을 마치고 FA가 된 류현진을 4년 8000만달러에 영입했다.
류현진은 단축시즌인 2020년 에이스로 활약하며 로테이션을 이끌었고, 토론토는 마운드 안정을 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토론토 주력 선발투수들인 케빈 가우스먼, 크리스 배싯, 호세 베리오스, 기쿠치 유세이는 류현진의 뒤를 이어 이적해 온 에이스급들이다. 여기에 네이트 피어슨, 알렉 마노아와 같은 젊은 투수들이 류현진을 모델로 삼아 메이저리그 적응에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현재 토론토 전력의 일정 부분은 류현진이 '밀알'로 작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토론토가 오타니를 영입할 만한 돈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타니의 FA 협상 출발점은 4억달러로 여겨진다. 팔꿈치 수술을 받아 내년에는 마운드에 서지 못하나, 10년 기준 최소 5억달러의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거의 모든 팀들이 오타니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결국 돈 싸움에서 토론토가 LA 다저스, 메츠,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애틀 매리너스와 같은 부자 구단들을 이기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