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롯데 자이언츠가 5강 탈락의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롯데는 9일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서 선발 심재민의 5⅓이닝 1실점의 호투와 타선의 폭발로 8대1의 대승을 거뒀다. 이날 패하면 5강 탈락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던 롯데는 잠실구장에 응원온 롯데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선발 심재민의 호투가 좋았다. 심재민은 5⅓이닝 동안 4안타(1홈런) 2볼넷 1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시즌 3승째. 최고 143㎞의 직구를 26개 던졌는데 이보다 슬라이더를 34개로 더 많이 던졌고, 커브 18개, 체인지업 4개를 뿌렸다.
비록 LG가 김현수 오지환 홍창기 문보경 등의 주전 선수들이 많이 빠졌지만 안정된 피칭을 선보이며 왼손 선발로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돌아온 항저우 금메달리스트 윤동희는 선발에서 제외됐다가 2회부터 대타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도왔다. 전준우는 쐐기 솔로포 포함 2안타 1타점을 올렸고, 한동희도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톱타자 안권수도 4타수 3안타 1타점의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이미 우승을 확정한 LG는 3연패에 빠졌다. 순위에 영향은 없지만 휴일을 맞아 잠실구장을 찾은 많은 팬들에겐 조금은 아쉬운 경기였다.
선발 강효종이 4안타를 얻어맞고 4실점(3자책)을 기록하며 2회를 버티지 못하고 강판된 점은 아쉬웠다. 수비 실수가 있었지만 강하게 이겨내지 못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이후 출전 기회를 얻고 있는 김범석이 지난 7일 키움 히어로즈전서 데뷔 첫 안타를 친 이후 이날 데뷔 첫 홈런을 친 것이 LG로선 위안 거리였다.
LG는 이날 문보경을 1군에 등록시켰지만 선발 라인업에는 넣지 않았다. 안익훈(중견수)-박해민(중견수)-문성주(좌익수)-오스틴(지명타자)-김민성(3루수)-김범석(1루수)-정주현(2루수)-손호영(유격수)-김기연(포수)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LG 염경엽 감독은 1루수 김범석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범석은 포수로 입단했으나 아직 오른쪽 어깨가 정상적이지 않아 1루수로 출전 중. 염 감독은 내년시즌엔 김범석을 1루수로 출전시킨 뒤 내년시즌 마무리 훈련부터 포수를 시켜 내후년부터 박동원의 백업 포수로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염 감독은 "김범석이 센스가 있다. 순간적인 판단능력도 좋다"면서 "내년시즌 1루수로 괜찮을 것 같다"라고 했다.
경기전 롯데 선수들은 훈련을 앞두고 외야에서 모두 모여 힘차게 박수를 쳤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박세웅 나균안 윤동희에게 축하를 한 것. 그런데 이들이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이 롯데는 5강 탈락의 먹구름이 잔뜩 꼈다. 이날 경기에서 패하게 되면 5강 탈락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롯데 이종운 감독대행은 이날 윤동희를 1군에 등록했다. 선발에서는 제외했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 윤동희를 투입시킬 계획. 박세웅은 11일 부산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홈 최종전에 선발 등판이 확정됐고 나균안도 올시즌 한차례 선발 등판을 할 예정이다.
그런데 윤동희 대신 황성빈이 2군으로 내려갔다. 이 대행은 황성빈이 2군으로 내려가 교육리그에서 뛸 것이라고 했다. 올시즌 74경기에 출전한 황성빈은 타율 2할1푼2리(170타수 36안타) 8타점 22득점 9도루를 기록했다. 지난해 102경기서 타율 2할9푼4리(320타수 94안타) 16타점 62득점 10도루를 기록하며 팀에 활력소가 됐던 황성빈은 올시즌 부상으로 지난해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대행은 "황성빈에게 기회를 줬는데 지금 좋은 컨디션이 아니다.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경쟁을 시켜야 할 것 같다"라면서 "황성빈은 이제 교육리그에 가서 뛰게 된다. 거기서 뛰면서 느끼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어린 선수들에게 남은 경기에 1군 기회를 주고 황성빈에겐 오히려 교육리그에서 경기를 뛰면서 컨디션을 찾기를 바라는 것.
이 대행은 "황성빈이 손가락 다치고, 발목 다치면서 결국 훈련 부족이 됐고, 그것이 올시즌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면서 "내년시즌엔 부상없이 잘 준비하면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황성빈에 대한 여전한 기대감을 보였다. 롯데는 운명이 걸린 이날 안권수(우익수)-김민석(중견수)-이정훈(지명타자)-전준우(좌익수)-구드럼(유격수)-한동희(1루수)-정대선(2루수)-손성빈(포수)-박승욱(3루수)로 선발라인업을 구성했다.
롯데가 초반 LG의 수비 실책으로 빅이닝을 만들어냈다. 2회초 선두 4번 전준우의 우전안타와 5번 구드럼의 볼넷, 6번 한동희의 중전안타로 가볍게 선취점을 뽑은 롯데는 이어진 무사 1,2루서 7번 정대선의 포수 앞 희생번트 때 포수 김기연이 1루쪽으로 송구 실책을 했다. 이때 3루까지 진루했던 구드럼이 홈을 파고들었고 1루에서 공을 잡은 2루수 정주현이 홈으로 던진 것이 빠지며 주자가 2,3루가 됐다. 이어 8번 손성빈의 2타점 중전안타로 단숨에 4-0. 9번 박승욱의 희생번트 때 포수 김기연이 2루로 던진 것이 옆으로 빠져 다시 무사 1,2루가 됐다. 결국 LG는 포수를 김기연에서 허도환으로 교체.
1번 안권수의 1루수 희생번트로 1사 2,3루가 된 상황에서 롯데는 항저우 금메달리스트 윤동희를 대타로 냈다. 조금은 이른 대타 출전. 이때 LG는 선발 강효종을 빠르게 내리고 이우찬을 올렸다. 이우찬이 윤동희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3번 이정훈을 1루수앞 땅볼로 잡아내 추가 실점을 막았다.
LG는 2회말 선두 6번 김범석이 데뷔 첫 홈런을 때렸다. 풀카운트 승부 끝에 롯데 선발 심재민의 6구째 한가운데로 온 119㎞ 커브를 제대로 받아쳤고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면서 자신이 내던진 배트를 직접 주워 들고 홈을 밟은 김범석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더니 자신을 빼고 어깨동무로 원을 만들어 홈런 세리머니를 하는 선배들을 보고는 빠르게 달려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함께 홈런 세리머니를 하며 첫 홈런을 즐겼다.
롯데는 4회초 무사 1루서 희생번트를 대며 추가점을 내려고 했으나 실패했고, 5회초엔 1사후 볼넷과 안타로 1,2루의 기회가 만들어졌지만 후속타가 나오지 않았다. 4-1의 3점차가 조금은 불안해졌다.
하지만 6회초 금메달리스트가 기다리던 추가점을 내줬다. 선두 8번 손성빈의 볼넷에 이어 9번 박승욱의 희생번트, 1번 안권수의 1루수앞 땅볼로 만든 2사 3루서 2번 윤동희가 좌중간 안타로 고대하던 1점을 뽑았다. 5-1.
7회초 확실한 승리의 쐐기점을 뽑았다. 선두 4번 전준우가 바뀐 투수 박명근의 144㎞의 직구를 잡아당겨 쐐기 좌월 솔로포를 날렸다. 6-1. 그게 다가 아니었다. 구드럼의 몸에 맞는 볼과 한동희의 우전안타로 만든 무사 1,3루서 정대선의 좌전안타로 1점 추가. LG는 급히 투수를 윤호솔로 바꿨고, 손성빈이 삼진, 박승욱이 우익수 플라이로 잡혀 2아웃이 됐으나 1번 안권수가 중전안타를 뽑아내 1점을 더 뽑았다. 8-1.
윤동희가 볼넷을 골라내 2사 만루가 이어졌고 대타 유강남이 큰 타구를 쳤으나 중견수 박해민이 펜스 앞에서 잡아내 7회초가 마무리.
롯데는 심재민에 이어 신정락이 7회말까지 5개의 아웃카운트를 잘 잡아낸 뒤 이진하가 8회말을 삼자범퇴로 끝냈다.
9회말. 롯데는 신예 우강훈을 올렸다. LG는 선두 문성주가 볼넷을 고른 뒤 4번 오스틴 타석 때 문보경을 대타로 올렸다. 팬들의 환호속에 타석에 들어선 문보경은 우강훈의 149㎞의 빠른 공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이후 서건창의 우중간 안타로 1,2루. 하지만 김범석이 3루수앞 병살타를 치며 경기가 끝났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