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이 29년만에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우승을 이끌며 '전설' 방수현 이후 첫 단일대회 2관왕에 한 걸음 다가섰다.
세계 단식랭킹 1위 안세영은 1일 오전 10시(한국시각)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개최국 중국과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첫 주자로 나서 랭킹 3위 천위페이를 게임스코어 2-0(21-12, 21-13)으로 완파하며 한국이 매치스코어 3-0으로 완승하는데 디딤돌을 놨다. 한국은 2경기에서 복식랭킹 2위 이소희(인천국제공항)-백하나(MG새마을금고)조가 복식랭킹 1위 천칭천-자이판조를 2-0(21-18, 21-14), 3경기 단식에서 랭킹 18위 김가은(삼성생명)이 랭킹 5위 허빙자오에 2-0(23-21, 21-17)으로 각각 승리하며 단 1세트도 내주지 않고 206분만에 경기를 끝냈다.
우승 후 펑펑 눈물을 흘린 안세영은 "저는 감독, 코치님, 언니들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잘 성장했고, 결과로 보답할 수 있었다. 노력을 해서 내 자신을 믿었던 것도 결과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대회 단식 1차전에서 천위페이에 패해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던 안세영은 8강 몰디브전, 4강 태국전에서 연승을 거두며 한껏 끌어올린 자신감으로 천위페이를 '요리'했다. 태국전을 마치고 경기력에 대해 스스로 아쉬움을 토로했던 안세영은 한결 발걸음이 가벼운 모습이었다.
1세트 첫 득점은 안세영의 몫이었다. 상대의 리턴 미스를 놓치지 않고 네트 앞 강력한 스매싱으로 선취득점을 따냈다. 기분좋게 스타트를 끊은 안세영은 곧바로 천위페이가 친 공이 네트에 걸리며 2점차로 달아났다. 8-4로 점수차를 벌린 안세영은 11-10 으로 인터벌을 맞이ㅣ했지만, 인터벌 이후 상대의 연속 실수로 흐름을 타 결국 21-12로 1세트를 잡았다.
2세트 양상도 비슷하게 흘렀다. 초반 리드를 내준 뒤 빠르게 역전한 안세영은 마찬가지로 인터벌 이후 위협적인 공격과 천위페이의 집중력 부족 등이 맞물려 점수차를 벌린 끝에 2세트를 21-13으로 끝마치며 게임 스코어 2-0으로 압승했다. 안세영은 승리 후 포효하며 '정권지르기'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는 "단체전은 분위기 싸움이기 때문"이라고 남은 경기를 소화하는 언니들을 위한 세리머니였다고 밝혔다.
천위페이와 단식에서 승리하고 팀도 '퍼펙트 우승'을 차지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여자 배드민턴 최강 중국은 홈팀의 부담감 때문인지 이날 잦은 실수를 범하는 등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다가오는 단식전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역대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단일대회에서 여자 단체전과 단식에서 2관왕을 차지한 건 1994년 방수현이 유일하다. 전설에 다가서고 있다.
안세영은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대회 단식 1차전에서 천위페이에 무릎 꿇은 뒤 도쿄올림픽에서도 발목이 잡혔다. 1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안세영은 "정말 공교롭게도 천위페이한테 계속 졌다. 그 경기에서 많이 배웠다. 예전의 내가 아니다. 잘 즐기면서 한다면 충분히 그 패배를 고스란히 또 넘겨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자 단식을 앞두고 중국에 또 한 번의 좌절을 안기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김학균 대표팀 감독은 중국이 예상 외로 흔들리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안세영이 전략적으로 그 지점을 노린다면 2관왕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항저우(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