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KIA 타이거즈 이의리가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이의리는 27일 창원NC파크에서 펼쳐진 NC 다이노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7이닝 3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수는 77개. 올 시즌 앞선 24경기에서 이의리가 7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친 것은 이날이 처음.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QS+) 투구를 펼친 건 지난 5월 19일 키움 히어로즈전(7이닝 2안타 2볼넷 1사구 9탈삼진 1실점) 이후 이날이 두 번째다.
손가락 물집 증세로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건너 뛰었던 이의리는 2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류중일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발 등판했다. 이 경기에서 한계 투구수를 40개로 설정한 이의리는 1⅓이닝(2안타 2볼넷 1사구 3탈삼진 5실점 4자책) 동안 45개의 공을 던졌다.
그런데 이튿날 류 감독은 이의리 대신 외야수 윤동희를 대표팀 소집 명단에 합류시켰다. 부상이 이유였다.
류중일 감독은 "(이의리가) 교체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보름 전에 손가락 물집으로 교체된 걸 봤다. 그리고 나서 대표팀 책임 트레이너가 상태를 계속 체크했다. 1주일 후의 손가락, (한화전에) 던지기 전, 21일 2이닝을 채 소화하지 못한 뒤의 손가락 상태를 모두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이의리는 국내 최고 좌완 선발투수다. (나간다면)대만이나 일본전 선발을 맡아줘야 한다. '이 손가락으로 선발로 70~80구를 소화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면서 "결국 선발투수니까, 80구 이상 못 던지면 곤란하다 생각하고 교체했다. 고민이 많았다"고 교체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KIA와 이의리 모두 손가락 상태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선발 등판한 이튿날 나온 부상으로 인한 교체는 적잖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KIA는 NC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이의리의 한계 투구수를 80개로 설정했다. 지난 한화전에서 투구 수를 채웠으나 다소 부진했던 이의리가 대표팀 탈락 충격을 딛고 과연 어떤 투구를 펼칠지에 관심이 쏠렸다.
이의리는 한화전과 몰라보게 달라진 투구를 선보였다.
1회말 2사후 박건우에 첫 안타를 내줬으나 포수 김태군의 도루 저지 성공으로 세 타자 만에 이닝을 마친 이의리. 2회를 삼자 범퇴로 마친 뒤 3회말 1사후 볼넷 허용 후 병살타를 유도하며 다시 세 타자로 이닝을 매조지었다. 4회말 2사후 박건우에 다시 안타를 허용했으나 마틴을 뜬공 처리하면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채웠다. 5회말 선두 타자 서호철에 안타를 내준 뒤에도 대타 오영수를 2루수 병살타 처리했고, 김성욱의 직선타는 3루수 김도영이 막아내는 수비 도움으로 순항을 이어갔다. 탄력을 받은 이의리는 6회 삼자 범퇴에 이어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또 다시 삼자 범퇴 이닝을 만든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3루측 KIA 응원석에선 "이의리!"를 연호하는 팬들의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도쿄올림픽,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거치면서 대표팀 차세대 좌완 에이스 타이틀을 달았던 이의리. 와신상담 했던 아시안게임은 비록 멀어졌지만 가을야구에 도전 중인 소속팀에서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눈물과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낸 밤이었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