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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끝낼순 없다" 이악문 26세 돌격대장의 근성…또다시 마주한 운명 '너 자신을 증명하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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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올시즌을 이렇게 끝낼순 없다."

꿈만 같은 1년을 보냈다. 스스로를 치열하게 몰아붙인 겨울을 지나 인생의 봄을 맞이한 듯 했다.

하지만 부상 악몽이 그를 괴롭혔다. 돌아온 팀에는 이미 그보다 어린 신예들이 주목받고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은 또한번 스스로를 증명해야하는 입장이 됐다.

황성빈은 지난해 롯데 외야의 희망으로 떠오른 신데렐라였다. 시즌전만 해도 1군 스프링캠프에 초대받지 못한 2명 뿐인 외야수일 만큼 무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시즌이 끝났을 땐 3할에 준하는 타율(2할9푼4리)에 두자릿수 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을 넘긴 '돌격대장'이 됐다.

공격도 수비도 디테일은 다소 서툴지만,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모습이 신선했다. 악착 같이 상대를 괴롭히고, 1루에 거침없이 온몸을 던지는 모습은 우려와 감탄을 함께 불렀다. 축 처져있던 팀 분위기를 바꾸는 기폭제였다.

올해 4월만 해도 월간 타율 3할5푼3리를 치며 타격에 본격적으로 눈뜨는 모습이었다. 안권수와 함께 팀을 리그 1위로 이끄는 테이블세터 역할을 톡톡히 했다.

4월말 당한 발목 부상이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렸다. 한달 뒤 복귀했지만, 부상 전의 매서운 타격감은 사라진 뒤였다. 6월 월간 타율은 1할6푼1리까지 급전직하했다. 7~8월은 벤치와 2군에서 보내야했다. 그 사이 김민석, 윤동희 등 후배들은 팀 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에서 주목받는 유망주로 떠올랐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헬멧 속 좌우명은 지난해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마음가짐과 의지는 그대로다. 언제나처럼 스스로를 믿을 뿐이다. "올시즌을 이렇게 끝낼순 없다. 1군에서 내 쓰임새를 증명하겠다"는 결의로 가득하다.

황성빈은 "좀 뻔뻔한가?"라며 웃은 뒤 "이렇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게 내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동안 부진에 시달리는 동안 선배들이 '그 신념 일본에 놓고 왔냐'며 놀리기도 했다고.

"마음은 뜨겁더라도 항상 침착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나쁜 공에 손이 많이 나왔다. 내 준비가 안일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늘 그렇듯 어떻게든 출루해서 상대를 괴롭히려고 노력중이다. "

이종운 롯데 감독대행도 최근 잇따라 황성빈을 선발출전시키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데뷔 시즌을 치르는 김민석의 체력 저하가 눈에 띄고, 안권수가 시즌초의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황성빈의 활용폭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 작년 대비 발전한 타구판단 능력도 돋보인다.

이 감독대행은 "지금 컨디션도 좋고, 수비를 보완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중인 선수가 전준우(14개) 한명 뿐인 소총타선이다. 황성빈처럼 1베이스를 더 가고, 상대 수비진을 흔드는 선수가 중요한 이유다.

지난 15일 연장 혈투 끝에 승리한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타수 2안타를 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막판엔 도루까지 2개 기록하며 모처럼 웃었다.

1년전과는 기대치가 다르다. 경쟁상대도 만만찮다. 스스로를 향한 의심어린 시선에는 이제 익숙하다. 단지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는 마음이 황성빈을 한층 더 불타오르게 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