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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사무라이 블루' 클린스만호 2골 넣을 때 日 4경기서 총 18골 폭발,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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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6대0→4대1→4대1→4대2'

우리나라의 영원한 라이벌 일본 축구 A대표팀은 최근 4경기서 깜짝 놀랄 결과를 냈다. 지난 3월 A매치에서 1무1패로 살짝 흔들렸던 '사무라이 블루'는 6월 안방에서 엘살바도르에 6대0, 페루에 4대1 대승을 거뒀다. 그리고 이번 달 유럽에서 벌어진 두 차례 친선경기서 독일과 튀르키예를 각각 4대1, 4대2로 대파했다. 홈에서 일본에 충격적인 4실점 대패를 당하자 독일축구협회는 한지 플릭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전차군단' 독일은 지난 11월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에서도 일본에 1대2로 졌었다. 일본은 1년새 세계 최정상의 팀 독일을 두 차례나 녹다운시켰다. 12일(한국시각) 튀르키예에 4골을 퍼부은 일본은 총 4경기서 무려 18득점(4실점)을 올렸다. 친선경기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그들의 퍼포먼스와 전략은 한국 축구에 큰 충격을 주었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6경기에서 겨우 1승(3무2패)을 거둔 태극호와 큰 대조를 이뤘다. 작년 말, 한일 양국은 나란히 카타르월드컵 16강에 올랐지만 지금 상황은 비교 불가다.

일본 사령탑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독일전 대승 이후 튀르키예전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베스트11의 10명을 바꿨다. 독일전이 베스트였다면, 튀르키예전은 '서브' 베스트였다. 2018년부터 A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모리야스 감독은 튀르키예전 승리 후 "라인업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기량 발전에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하나의 팀으로서 팀 전략을 공유했다"면서 "우리는 두터운 스쿼드로 더 강한 팀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해주고 있다.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은 팀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선제골을 뽑은 미드필더 이토 아츠키(우라와)는 허리에서 연계 플레이와 몸싸움을 잘 했다. 멀티골을 터트린 나카무라 게이토(랭스)는 골결정력이 탁월했다. 베테랑 이토 준야(랭스)는 후반전 조커로 쐐기 PK골을 터트렸다. 2실점은 수비 집중력이 떨어진 실수였다. 스쿼드가 두텁고 내부 주전 경쟁이 심해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일본 축구는 '탈아시아, 세계 최정상'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전진하고 있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2050년까지 월드컵 우승이다. 카타르월드컵 이후 일본축구협회로부터 4년 임기를 보장받은 모리야스 감독은 '세계 1위, 월드컵 우승'이라는 야망을 드러냈다. 일본은 2010년 남아공대회, 2018년 러시아대회에 이어 카타르에서도 원정 16강을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국가 중 월드컵 원정 8강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는 첫번째 국가로 일본을 꼽기 시작했다.

요즘 일본 A대표팀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그들은 '점유율' 축구를 강조했다. 허리 진영에서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를 즐겼다. 대신 투쟁심과 거친 플레이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중요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연령별 대표팀 사령탑을 두루 거친 모리야스 감독은 볼점유율만 고집하지 않았다. 대신 '빠른 전환'이란 새로운 양념을 뿌렸다. 일본 프리랜서 기자 요시자키 에이지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브라질월드컵과 러시아월드컵 벨기에전을 통해 점유율만으론 세계 최정상의 팀들을 제압하기 힘들다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모리야스 재팬'은 철저하게 이기는 축구를 구사한다. 경기 시작부터 최전방서 압박으로 상대의 후방 빌드업을 괴롭힌다. 공을 빼앗으면 정교한 패스 플레이로 빠른 역습을 펼친다. 이런 전략이 통하는 건 유럽파가 절대 다수인 선수들의 고른 기량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압박은 조직적이고, 패스가 물처럼 매끄럽게 흘러가고 있다. 일본은 튀르키예전서 독일전과 완전히 다른 선수들로 전반전에만 3골을 행운이 아닌 실력으로 만들어냈다. 화들짝 놀란 튀르키예는 후반전 시작과 함께 차하노글루(인터밀란) 같은 에이스를 투입했다. 쿤츠 튀르키예 감독은 "일본은 공수 전환이 매우 빠른 팀이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실수가 많이 나왔고, 3골이나 얻어맞았다"고 말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영원한 경쟁국이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일본(20위)이 FIFA랭킹에서 한국(28위) 보다 앞선 지는 이미 오래다. 한국 축구가 베스트 멤버로 일본과 맞대결을 펼친 건 매우 오래전 일이다. 그래서 일본 축구의 놀라움을 잘 모를 수 있다. 내년 1월 카타르아시안컵에서 클린스만호가 우승하려면 일본을 결국 넘어야 한다. 한국 축구는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같은 빅스타들의 달콤함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이웃 일본 축구가 놀라운 속도로 세계 정상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는 걸 분석하고 맹추격해야 한다. 나중에 한일전에서 속수무책으로 망신을 당할 수 있음을 미리 걱정할 때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