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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도 마인드도 이미 '탈아시아'…일본은 '다음 레벨'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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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클린스만호가 첫 승에 목맬 때, 일본은 유럽 전통강호를 상대로 쾌승을 거뒀다. 직접 한-일전을 펼친 건 아니지만, 양국 축구의 벌어진 격차를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일본은 이미 유럽 중위권팀 정도의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10일(한국시각) 독일 볼프스부르크 폭스바겐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 A매치 친선전에서 4대1 대승했다. 전반 11분 이토 준야(랑스)의 선제골로 앞서나간 일본은 19분 '김민재 동료' 르로이 사네(바이에른뮌헨)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22분 우에다 아야세(페예노르트)의 골로 전반을 1골 앞선채 마쳤다. 일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후반 45분과 추가시간 2분 아사노 다쿠마(보훔)와 다나카 아오(뒤셀도르프)가 연속골을 터뜨리며 전차군단을 침몰시켰다.

지난해 말 2022년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독일을 2대1로 꺾으며 세상을 놀라게했던 일본은 더 주도적이고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독일 적지에서 아시아 국가 최초로 4득점한 팀으로 등극했다. 일본은 한때 세계 축구를 주무르던 독일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절망을 선사했다. 독일의 A매치 3연패는 38년만이다. 한지 플릭 독일 감독은 부임 2년 4개월만에 경질 위기에 내몰렸다. 4번째 골 주인공인 아오는 "월드컵과 비교할 때 특별히 기뻐하는 선수가 많지 않았다"고 예상 외 덤덤한 라커룸 분위기를 전했다.일본 전 대표 수비수 마키노 도모아키 해설위원은 경기 후 "야마토혼(일본정신)이 게르만 영혼을 웃돌았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본 축구 레전드 혼다 게이스케는 개인 SNS를 통해 "지난해 월드컵에 이어 독일에 또 승리했다. 정말 훌륭하다. 일본은 다음 레벨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경기 전 미드필더 모리타 히데마사(스포르팅)는 "우리가 이미 유럽 중위권 이상의 부분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플레이메이커 구보 다케후사(레알소시에다드)는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고 했다. 일본의 라커룸 분위기다. 웨일스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둘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는 한국과 달리, 독일을 상대로도 경기를 주도해서 이기고자 하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독일전 승리는 유럽 빅리그로 대거 진출한 선수 개개인의 성장과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의 흔들림없는 선수단 운영, 유럽 강호와 친선전을 잡는 일본축구협회의 업무 능력이 이룬 결실이다. 모리야스 감독은 "더 높은 목표를 향해 팀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내에선 독일전 연승이 일본 축구의 '터닝포인트'라고 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독일은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대'라는 메시지를 다음 세대에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가 후배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말이다. 일본이 FIFA 랭킹 15위 독일에 대승을 거두는 모습을 지켜본 한국은 13일 FIFA랭킹 54위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첫 승에 도전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